제주지사 선거는 한나라당 현명관 후보와 무소속 김태환 후보가 1일 새벽까지 역전에 역전을 거듭하며 피 말리는 접전을 벌였다. 두 후보는 투표함이 하나씩 열릴 때마다 수십표 내지 수백표 차이로 엎치락뒤치락했고, 양측 지지자 사이에서는 환성과 탄식이 교차했다.
'한나라당의 전국적 우세 현상이 제주까지 이어지느냐, 아니면 제주 특유의 무소속 지지 경향이 유지되느냐'로 초미의 관심을 모은 지역인 만큼 두 후보의 승부는 쉽게 판가름 나지 않았다.
우열을 가릴 수 없는 상황은 이미 개표 전부터 예고된 상태였다. 선거운동 기간 여론조사에서 김 후보가 2~3% 포인트 앞선 것으로 조사됐지만 투표일 하루 전인 30일 박근혜 대표의 '붕대 유세' 지원을 받은 현 후보의 추격세도 대단했다.
이런 혼전은 방송사 출구조사에서도 이어졌다. 오후 6시 투표 마감과 동시에 발표된 KBSㆍSBS 출구조사에서는 현 후보가 42.3%의 지지를 얻어 42.1%를 얻은 김 후보보다 0.2%포인트 앞섰다. 그러나 같은 시간 공개된 MBC 조사에서는 김 후보가 44.0%로 41.5%의 현 후보를 앞서는 엇갈린 결과가 나왔다.
실제 개표에서도 치열한 접전이 밤새 계속됐다. 오후 7시30분 첫 개표 결과에서는 현 후보가 1,478표를 얻어 1,215표를 얻은 김 후보를 200여표 차이로 앞서며 먼저 미소를 지었다. 이어 5.8%까지 개표가 진행되자 현 후보
는 득표 차를 500여표로 벌렸고, 오후 8시30분 자신의 출생지인 남제주군 투표함이 열리자 866표 차이로 앞서 나갔다. 그러나 김 후보도 만만치 않았다. 김 후보는 북제주군 출신으로 제주시장을 지냈다. 그런 만큼 북제주군 개표가 시작되자 차이를 점점 좁혀나간 것. 오후 8시50분 17.2%가 개표된 상황에서 김 후보는 북제주군의 압도적 지지를 바탕으로 80여표 차까지 추격했고, 드디어 오후 9시쯤 400여표 차이로 역전에 성공했다.
김 후보의 우세는 48.1%의 개표가 이뤄진 오후 10시30분까지 유지됐다. 그는 5만6,124표를 얻어 5만4,600표를 얻은 현 후보에 2,065표를 앞서며 개표 이후 표차를 최대로 늘리기도 했다. 하지만 남제주군 개표가 진행되면 현 후보가 2,000여표 앞서고, 북제주군 개표가 이뤄지면 김 후보가 2,000여표 차이로 앞서 가는 반전을 거듭했다.
결국 최종 결과는 제주 전체 유권자의 절반을 차지하는 제주시에서 판가름 났다. 두 후보는 마지막 투표함을 열 때까지 결과를 예측하기 힘든 접전 드라마를 연출했다.
정상원기자 orno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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