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군 해병대의 이라크 민간인 학살에 대한 비난이 거센 와중에 ‘미국의 깨어있는 지성’으로 꼽히는 노암 촘스키 매사추세츠 공과대학(MIT) 교수가 “미국은 실패한 국가”라고 못박았다.
영국 인디펜던트는 31일 촘스키의 새 책 ‘실패한 국가(Failed State)’를 인용, 국제무대에서 고립되고 자국민조차 등을 돌리고 있는 미 정부의 독단을 분석했다.
촘스키가 이 책에서 제시한 실패한 나라는 공통적으로 ▦국민을 보호할 능력ㆍ의지의 부족 ▦자국만은 법 테두리를 벗어나도 된다는 독단 ▦민주주의 결핍 등 세가지 특징을 갖고 있다.
그는 “거울을 통해 정직하게 자신을 바라보는 것은 굉장히 힘겹지만 꼭 필요한 작업”이라며 “잠시만 생각해보면 미국의 시스템이 실패한 나라의 특성을 모두 갖고 있음을 알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란 핵개발을 둘러싼 논란은 ‘미국의 실패’를 나타내는 집약체다. 그는 “이란의 우라늄 농축연구 자체를 ‘핵무기 개발용’이라고 비난하면서 이스라엘 핵무기에 대해서는 국제적 논의 자체를 금기시하는 이중적 태도는 ‘워싱턴은 핵비확산조약(NPT) 준수를 거부한다’는 것과 다름 없다”고 일갈했다. 촘스키는 이란 사태를 1981년 미군의 이라크 우라늄 농축 시설 폭격 후 사담 후세인의 본격적인 핵무기 개발이 시작됐던 과거에 빗대면서 “폭력은 폭력을 부를 뿐”이라고 강조했다. 이란에 대한 공격 조짐만으로도 이라크 시아파_이란 정부_사우디아라비아 시아파가 연합한 폭력적인 반미 연대가 형성돼 더 많은 희생이 초래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민주주의의 결핍’은 팔레스타인에 대한 미국의 태도에서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그는 “미국은 원하는 정당(파타당)의 승리를 위해 투표 전 200만달러를 쏟아 부으며 불법 선거운동을 펼쳤다”며 “그것도 모자라 국민투표로 선출된 하마스를 아직도 ‘테러 정당’이라고 비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미국이 ‘실패한 국가’에서 벗어나기 위한 방안으로 ▦교토의정서 서명, 이행 ▦국제문제는 유엔이 처리하도록 할 것 ▦군사력이 아닌 외교ㆍ경제적 해결 모색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의 거부권 남용 중단 ▦군사예산 삭감 및 복지예산 증가 등을 제안했다.
김신영기자 ddalg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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