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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전력업계의 상생협력 모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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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전력업계의 상생협력 모범

입력
2006.06.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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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도 잊지 못하는 장면이 있다. 1976년 군복무 중 고향 집으로 휴가를 나왔을 때다. 산 넘고 물 건너 저녁 늦게야 도착한 나는 환한 마을을 보고 눈이 휘둥그레지고 말았다. 전기가 들어온 것이다. 워낙 촌구석이라 많이 늦은 편이었지만, 그나마도 전기 부족으로 제한송전을 하거나, 전압이 고르지 못해 등이 깜박거리기 일쑤였다.

●신기술 촉진·중기 양성 협약 체결

지금은 어떠한가? 단 1분도 전기 없이는 생활이 어려울 만치 전기는 우리 생활과 산업의 공기와 같은 존재가 되었다. 우리 전력산업은 2005년 12월말 현재 발전설비용량 6,226만kW로 세계 12위에 올라섰다. 농어촌 전기보급율, 호당 평균정전시간 등은 구미 선진국에 비해 앞서면서도 전기요금은 저렴한 수준이다.

전기공급이 이렇게 안정화하면서 전력ㆍ전기산업은 오히려 전통산업 또는 성숙산업인 것처럼 인식돼 신기술개발과 중소 벤처기업 양성에 대한 사회적 관심과 투자가 매우 낮은 형편이다.

그러나, 최근 IT 기술의 발달과 고유가, 환경규제 강화 속에서 전력기술도 변화를 맞고 있다. IT 기술과 전력시스템을 접목한 전력 IT 기술, 에너지효율 향상, 환경기술 등을 중심으로 새로운 기술개발이 속속 진행되고 있다.

얼마 전에 한전 등 전력공기업과 민간 대기업들이 전력산업 상생협력 협약을 체결하였다. 전문투자조합을 결성하여 이러한 전력 신기술의 사업화를 촉진하고 중소 벤처기업을 양성하자는 것이다. 이를 통해 우수 중소 벤처기업은 투자재원과 판로를 확보할 수 있게 되어 기술 사업화 및 기업 가치를 제고할 수 있다. 그리고 한전, 대기업 등 수요처는 우수 부품을 납품 받아 전기 품질을 향상시킬 수 있다. 그야말로 서로 상생 발전하는 전형적인 사례이다.

최근 세계적으로 국경을 초월한 글로벌 경쟁이 가속화되고 있다. 특히, 유가 급등, 환율하락 등 대내외적으로 어려운 경영여건 하에서 대-중소기업간 상생협력은 선택의 문제가 아니다. 이는 서로가 살기위한 생존의 문제라 할 수 있다.

미국의 젝 웰치 전 GE그룹 회장은 하버드 비즈니스스쿨 연설에서 "글로벌 경쟁 속에서 가장 매력 없는 생존법은 혼자서 모든 것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다"라고 말한 바 있다. 이는 무한경쟁 속에서 개별기업의 노력만으로는 살아 남는 데 한계가 있음을 뜻한다.

●질 좋은 경제성장 이바지 기대

자동차 한 대를 생산하는데 2만 개의 부품이 소요되고 대형 발전설비 한 호기 당 약 18만 여 개의 부품이 들어간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에 수평적인 파트너쉽 구축과 동반성장을 통해서 만이 경쟁을 헤쳐 나가고 '질 좋은 성장'을 구현할 수 있는 것이다.

전력ㆍ전기산업의 상생협력 의지가 단순한 구호나 일시적 유행에 그치지 않고 앞으로도 계속 발전되어야 할 것이다. 그 결과 전력산업계 발전은 물론이고 국가적으로도 일자리 창출, 양극화 해소 및 수출증대 등 국민경제에 이바지함으로써 '질 좋은 성장' 구현에 좋은 모델이 되었으면 한다.

정세균 산업자원부 장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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