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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인숙의 길 위의 이야기] 로또는 나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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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인숙의 길 위의 이야기] 로또는 나의 힘

입력
2006.06.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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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산 야외식물원에 장미꽃이 만발했다. 크고 작은 장미꽃, 희고 붉은 장미꽃. 축대 한가득 엉금앙금 기어오르고, 한 옆에선 댕댕 덤불을 이루고 있다. 담장 위로 활짝 핀 장미꽃이 휘늘어진 집을 보면, 어쩐지 그 안에는 행복한 사람들이 살고 있을 것 같다.

그 집 사람들의 행복이 장미꽃으로 피어난 것 같다. 장미꽃으로 행복을 뽐내는 것 같고, 장미꽃이 그 행복을 지켜주는 것 같다. 자기의 인생이 장미꽃 만발한 정원 같기를 원하지 않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남산 야외식물원을 거닐다가 곳곳에 걸린 플래카드를 봤다. 산초나 약초를 캐는 사람, 나무를 훼손하는 사람, 방화가 의심되는 거동 수상자를 신고하라는 플래카드들이었다. 보상금은 300만 원. 내 호주머니에는 제 182회 당첨금 5,000원에 맞은 로또복권이 있다. 거의 매주 5,000원어치 혹은 1만원어치 로또복권을 산다.

이번 주에는 이 당첨된 복권으로 교환할 참이다. 한 주 한 주 로또 한 장에 꿈을 걸고 꿋꿋이 살아갈 힘을 얻는 서민들이 많다고 한다. 내 사행심은 그 옛날 ‘간첩신고는 112, 보상금 3,000만 원’ 포스터에서 키워졌다. 어렸을 때 그 포스터를 보며 간첩을 발견할 행운을 꿈꿨었다.

시인 황인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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