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세 자영업자들이 다수를 이루는 음식ㆍ숙박업에 대한 은행대출이 최근 2년새 1조원 넘게 회수된 것으로 나타났다. 은행들이 마구잡이 대출을 늘렸다가 경기가 나빠지자 재빨리 회수에 나서 자영업자들의 숨통을 죄고 있는 모습이다.
31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3월말 현재 예금은행의 음식ㆍ숙박업 대출잔액은 14조2,492억원으로 지난 2004년 3월말의 15조3,684억원에 비해 1조원 넘게 줄었다. 특히 2004년 6월말 15조 5,500억원을 정점으로 한 후 거의 매분기 감소세를 이어가고 있다.
최근 은행들이 풍부한 유동성을 바탕으로 대출금리를 떨어뜨리면서까지 주택담보대출과 중소기업 대출을 크게 늘리고 있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이는 우선 음식 숙박업소의 경기 악화 때문이지만 은행들의 마구잡이 대출에 따른 후유증 탓이란 지적도 나온다. 외환위기 이후 명예 퇴직자들이 대거 음식 숙박업을 나서면서 이들 업종에 대한 은행 대출도 크게 늘었다. 2002년 3월말 기준 음식ㆍ숙박업 대출잔액은 8조1,305억원에 불과했으나 매 분기 평균 1조원씩 대출이 급증해 2002년 9월말 10조원을 돌파했으며 2003년 9월말에는 14조원을 훌쩍 넘었다. 그러나 은행들의 마구잡이 대출 확대로 인해 음식 숙박업소의 공급 과잉 양상이 빚어지면서 이들 업소의 경기가 악화했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음식 숙박업소의 침체엔 마구잡이 대출을 한 은행 탓도 적지 않다“며 “상황이 나빠지니까 오히려 이들 자영업자들의 자금줄을 압박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송용창 기자 hermee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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