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국심, 명예, 열정, 투혼. 다 좋은 이야기다. 하지만 선수들을 그라운드에서 춤추게 하는 것은 결국 돈이다. 월드컵도 예외는 아니다.
한국의 조별 리그 G조 첫 상대인 토고가 또 돈 문제로 시끄럽다. 토고 축구협회의 로크 그나싱베 회장은 지난 30일(한국시간) 토고 국영 TV에 출연해 “선수들이 이번 월드컵 출전비로 1인당 15만5,000유로(약 1억8,600만원)를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 1월 이집트에서 열린 아프리카 네이션스컵때도 보너스 문제로 경기 보이콧 움직임까지 보였던 토고 선수들의 이 같은 요구에 그나싱베 회장은 “국가의 경제 상황을 고려할 때 상당히 많은 금액”이라며 곤혹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다.
보너스 갈등은 토고만의 문제는 아니다. 오래 전부터 돈 잔치로 변해버린 월드컵에서 각 국은 거액의 당근책으로 선수들의 경기력 향상을 꾀하고 있다.
당근의 규모도 진화한다
월드컵에서 통산 3차례 정상에 오른 독일. 우승 때마다 지급됐던 보너스의 규모가 확연히 차이 난다. 1954년 스위스월드컵에서 첫번째 우승을 차지했을 때는 현재 가치 기준으로 1,250유로(약 150만원)에 TV 수상기 1대에 해당하는 보너스를 받았다. 두 번째 우승인 74년 서독월드컵때는 3만유로(약 3,600만원)에 폴크스바겐 승용차 1대씩을 받았고, 90년 이탈리아월드컵때는 6만5,000유로(약 7,800만원) 정도의 가욋돈을 챙겼다.
독일은 이번 대회에 우승할 경우 선수당 30만유로(약 3억6,000만원)의 보너스를 책정해 놓은 상태. 그러나 이런 어마어마한 액수도 잉글랜드에 비하면 약소한 편이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잉글랜드는 약 5억2,000만원 정도의 우승 보너스를 준비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은 16강 진출시 1인당 4,200만원을 약속했고, 한국의 G조 상대인 스위스는 우승할 경우 보너스와 승리수당을 포함해 1인당 약 4억1,000만원을 내걸었다.
돈 안 준다고? 그럼 우린 못 뛰지
2002년 한일월드컵때 ‘불굴의 사자’라 불리며 다크호스로 평가 받던 카메룬 선수들은 돈 문제로 한바탕 소동을 벌였다.
전지훈련을 위해 일본으로 이동할 때 중간 기착지 프랑스 파리에서 약 5,300만원 규모의 보너스를 지급하지 않으면 출발할 수 없다고 생떼를 쓴 것. 카메룬의 체육부 장관이 급파돼 간신히 사태를 수습한 뒤에야 선수들은 일본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결국 카메룬은 16강 진출에 실패했다.
우루과이 축구협회 역시 월드컵 본선 진출에 대한 보너스로 선수단 전체에 200만달러를 주기로 약속했다가 ‘펑크’를 내자 선수들이 소송을 걸겠다고 위협한 바 있다.
90년 이탈리아 대회때 우승 후보였던 브라질 선수들은 보너스 문제로 갈등을 빚다 유니폼의 후원사 로고를 가리고 그라운드에 나서는 ‘저항’을 했다. 엉뚱한 데 신경 쓴 탓인지 브라질은 16강전에서 탈락하고 말았다. 당시 소련도 월드컵 출전국에 분배되는 수익금의 20%를 지급하라고 요구하는 등 내홍을 겪은 끝에 예선전적 1승2패로 탈락의 쓴 맛을 봤다.
한준규 기자 manbo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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