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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시론] DJ방북 '열차'보다 '내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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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시론] DJ방북 '열차'보다 '내실'을

입력
2006.06.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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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중 전 대통령이 이달 하순 북한을 방문하게 될 예정이다. 이번 재방북은 2000년 6월에 열렸던 역사적인 남북정상회담 6주기를 기념하여 그간 답보 상태에 있던 6ㆍ15공동선언의 실질적 이행을 위한 발판을 확보한다는 의미와 함께, 당시 합의한 경의선 철도 공사의 마무리를 기념하여 분단 이후 처음으로 서울과 평양 간에 열차길이 열리는 것인지가 초미의 관심사이다.

남과 북은 그간 실무접촉을 통해 열차방북 문제를 상의하였으나 북한이 지난달 25일로 예정됐던 경의선 철도의 시험운행을 일방적으로 취소하고, 28일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김 전 대통령의 열차방북을 ‘정략적 기도’라고 비난하며 이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함으로써 열차를 통한 평양 방문은 사실상 무산될 듯하다.

김 전 대통령의 이번 평양 방문은 방문 자체가 가지는 목적이나 의미보다는 어떤 방식을 통해 방북하느냐에 더욱 초점이 맞추어진 느낌이다.

김 전 대통령이 열차를 통한 방북을 강력히 희망하는 이유는 그가 2000년 남북정상회담을 통해 제안한 경의선 철도 복원이 민족경제공동체의 초석이 되며 나아가 유럽-아시아-태평양을 연결하는 ‘철의 실크로드’를 열어 한반도를 명실상부한 세계의 중심축으로 부상시킴과 아울러 남북한의 경제적 통합을 앞당기는 기초작업이라는 신념 때문이다.

서울과 신의주 간의 경의선이 55년만에 복원되면 한반도를 종단하는 대동맥으로 정치ㆍ군사적 긴장 완화 등 교류협력을 위한 실질적 기반이 확충되는 효과는 물론 동북아시아 전체에 새로운 미래를 제시할 수 있다.

이러한 가능성의 출발점인 경의선의 완공 시점에, 열차를 통한 방북이 여러 가지 상징적 의미를 갖는다고 김 전 대통령은 생각했을 것이다. 또한 경의선 복원의 완료와 이를 통한 열차방북이 주는 국내 정치적 파급효과도 무시할 수 없다.

하지만 이러한 비전에도 불구하고 현재 김 전 대통령 일행은 지나치게 방북 수단에만 집착하고 있는 느낌이다. 이번 평양 방문에서 무엇보다 그는 2000년 남북정상회담 이후 성사되지 못하고 있는 남북정상 간의 지속적인 소통의 고리를 연결시키는데 주력해야 한다. 또한 6ㆍ15 정신을 확인하고 이를 실행하는데 필요한 진일보된 합의를 도출하는데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가서 무슨 이야기를 할 것이며 북측으로부터 어떤 이야기를 듣고자 하는지에 관하여 우선 집중해야 한다. 그와 함께 이번 열차방북을 강력 반대한 북한 군부의 입장이 무엇인지에 관하여도 이해를 할 필요가 있다. 상대편 패를 보지 못하고 자기 패에만 몰입할 경우 어떤 게임에서도 결코 승리할 수 없기 때문이다.

남북간의 화해와 협력 및 교류의 여정은 당대적 시각에서만 접근해서는 안된다. 더욱이 특정 정파의 이익 혹은 개인적 명예의 실현의 장이 될 수도 없다. 오직 민족의 통일에 작은 주춧돌을 놓는다는 신념으로 한 걸음씩 전진해야 한다. 외교는 큰 거래이다. 매순간 주고받는 작은 이해에만 집착해서는 안된다.

시야를 넓히고 멀리 보면서 문제에 접근하는 대국적 자세가 필요하다. 이번 방북이 끊어진 선로 못지않게 끊어진 대화의 창을 연결시키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김 전 대통령이 여생을 정치적 행보가 아닌 진정한 민족의 평화와 통일의 제단 앞에 헌신해줄 것을 기대한다.

이용중ㆍ동국대 법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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