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월드컵 개막을 앞두고 본선 진출국들이 저마다 평가전을 치르며 전력 향상에 온 힘을 기울이고 있다. 하지만 상대를 고르는 방식에서부터 그 양태는 각양각색이다. 필요한 맞춤형 경기를 성사시키기 위해서는 엄청난 교섭력과 경비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평가전 스타일에는 국제정치구도와 국력의 차이가 그대로 반영돼 있다. 부자나라는 본선 상대와 비슷한 팀을 불러들여 모의고사를 치르는가 하면, 가난한 나라는 상대를 가리지 않고 자기들끼리 경기를 갖는 등 양극화 현상도 뚜렷하다.
실제로 네덜란드나 독일 같은 톱 클래스 팀을 초청하기 위해서는 100만 달러 정도의 돈이 오가고, 월드컵 본선진출국은 50만 달러 내외가 드는 것으로 알려졌다. 평가전은 가상월드컵이라고 불리지만 사실은 국력의 월드컵에 가깝다는 지적도 나온다. 올해 A매치로 본 각국의 월드컵 준비를 유형별로 살펴봤다.
귀족형-그까이꺼 뭐 대충
우승 후보들은 굳이 연습경기에서 힘을 뺄 필요가 없다. 각국의 요청을 외면하고 가볍게 몸만 푼다. 브라질과 아르헨티나가 대표적이다. 브라질은 전통적으로 약 팀을 골라 실컷 골을 넣는 것으로 평가전을 마친다. 올해도 러시아와 평가전 이후 4일 약체 뉴질랜드를 불러들여 제물로 삼을 계획. 아르헨티나도 크로아티아와 앙골라 등 단 두 팀과 A매치를 치른 후 긴 휴식에 들어갔다.
이탈리아와 포르투갈도 3경기만 치르고 월드컵 본선에 간다.
실속형-연습도 실전처럼
한국과 멕시코는 알토란 같은 팀을 찾아 다니며 실전 못지 않은 평가전을 치르고 있다. 특히 한국은 올해만 14경기의 A매치를 치를 예정이어서 본선 진출국 중 가장 많은 평가전을 치른다. 멕시코도 월드컵 본선이나 다름없는 강행군을 해 왔다. 네덜란드 프랑스 가나 노르웨이 등 강팀들과 겨루며 본선을 벼르고 있다.
부자형-돈이면 안 되는 게 어딨어?
미국과 일본, 사우디아라비아는 돈뭉치로 올해 A매치를 좌지우지했다. 특히 사우디는 오일달러를 앞세워 아시아와 유럽을 넘나들며 무려 13차례의 평가전을 치렀다. 미국도 독일 등 유럽 강국을 불러들여 10차례의 실전을 가졌다. 일본도 9차례의 평가전을 통해 2회 연속 16강 진출을 노리고 있다.
빈자형-우리끼리라도 놀자
올해 초 아프리카 팀들은 네이션스컵에서 월드컵을 준비했다. 본선 진출국인 코트디부아르, 가나, 앙골라, 토고, 튀니지 등 5개국은 여기서 서로 손발을 맞췄다. 다른 나라처럼 원정을 가거나 외국팀을 돈을 주고 모시는 번거로움 없이 전력을 가다듬은 것이다. 특히 토고는 네이션스컵 이후 단 두 번의 A매치만 치르고 본선경기에 들어간다. 29일 평가전을 가진 독일의 FV 올림피아 라우프하임도 지역 클럽팀이었다.
불안형-괜히 한 거 아냐?
평가전을 치르다 연패에 빠져 자신감을 잃은 팀도 있다. 코스타리카와 파라과이, 에콰도르는 월드컵을 앞두고 단 한번의 승리로 따내지 못해 애를 태우고 있다. 독일과 개막전을 치르는 코스타리카는 올해 A매치에서 4전 전패를 기록해 울상이고, 파라과이도 3무1패에 그쳤다. 에콰도르도 올초 온두라스에 이긴 이후 평가전에서 1무3패를 기록하고 있어 무기력증에 시달리고 있다.
왕따형-상대가 있어야지
남들은 상대를 골라 경기를 하지만 아예 외면당하는 나라들도 있다. 미국과 핵문제로 대립하고 있는 이란과 정치적으로 불안한 세르비아-몬테네그로가 대표적이다. 이란은 전력상승에 도움이 되지 않은 대만 등과 4번의 평가전을 했고, 세르비아 몬테네그로도 튀니지와 우르과이와 경기가 전부다.
손재언 기자 chinas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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