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ㆍ31 지방선거를 통해 위상이 가장 상승한 정치 지도자를 꼽으라면 단연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다.
박 대표는 이번에도 선거에 관한 한 ‘미다스의 손’임을 확인 시켰다. 특히 박 대표 피습 사건과 퇴원 직후 유세 투혼이 오버랩돼 이뤄낸 압승이기에 더욱 드라마틱하게 빛났다. 박 대표가 퇴원 후 직행한 대전과 제주의 유세 현장엔 수천~수만 명 군중이 운집했다. 2004년 총선 때 탄핵 역풍을 맞아 사라질 뻔 했던 당을 살리고, 2005년 보궐 선거 때 ‘23대 0’이라는 기록적 승리를 이끈 ‘박풍(朴風)’의 힘을 확인 시킨 셈이다.
5월 20일 피습이라는 불의의 사고가 오히려 박 대표에겐 호재로 작용했다. 이후 박 대표는 대선주자 지지도 조사에서 이명박 서울시장과 고건 전 총리를 제치고 1위로 올라섰고, 당 지지율도 상승했다.
이는 박 대표에 대한 연민과 동정 여론에서 비롯된 것만은 아니다. 박 대표는 병상에서 대전 판세를 챙기고, “이번 일을 정치적으로 이용하지 말라”고 주문하는 등 위기관리 능력을 보였다. 그는 퇴원 직후 주변의 만류를 무릅쓰고 피습 당시의 옷차림으로 대전 행을 택했다. “사고로 얼굴에 상처는 났을 망정 위축되지 않는다”는 의지의 표현이었다. 한 측근은 “‘정치적 오버’로 비치거나 유세를 갔다가도 지는 경우를 염려하기보다 지더라도 끝까지 최선을 다 해야 한다는 게 박 대표 특유의 책임감”이라고 말했다.
이런 모습은 “이미지만 있고 리더십은 없다”는 논란을 상당히 불식했다는 평가다.
당분간은 당내 반(反) 박근혜 세력이 각을 세우기 힘든 상황이다.
박 대표는 이런 분위기를 이어가려 애쓰기 보다는 최대한 조용히 지낼 생각이다. 그는 당초 7월 전당대회를 앞두고 6월 중순께 대표직을 내놓은 뒤 특강 정치를 통해 대중 스킨십을 넓히려 했다. 하지만 얼굴 상처가 회복될 때 까지는 무조건 쉬어야 할 처지이다. ‘통일 지도자’ 이미지를 위해 검토했던 독일 방문도 불가능해졌다. 한 측근은 “대권 도전 선언을 비롯한 본격적 대권 행보는 가을 이후에나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문선 기자 moonsu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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