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ㆍ31 지방선거에서 나타난 열린우리당의 참혹한 패배는 민심이 참여정부를 떠났음을 웅변하고 있다. 역대 선거에서 집권여당이 이처럼 가혹한 평가를 받은 적은 없다.
16개 시도지사 중 1곳만 이기고 수도권 기초단체장 66곳 중 단 1곳에서만 접전을 벌인 결과는 처참했다. 당선자 숫자로만 진 게 아니라 전통적 접전지인 수도권에서조차 한나라당 후보들에 30~40% 포인트의 큰 차이로 졌다. 전멸이나 다름없다.
그 원인은 극점에 달한 반여(反與) 정서와 민심이반에서 찾을 수 있다. ‘무능한 참여정부’ ‘보기 싫은 여당’이라는 인식이 국민들 사이에 광범위하게 퍼져있는 것이다.
서강대 정외과 손호철 교수는 31일 “현 정부의 무능이 무엇인가를 따져봐야 한다”며 “결국 그 바닥에는 서민들의 생활고, 민생파탄이 깔려 있다”고 말했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 한귀영 연구실장도 “양극화 등 민생문제에 대해 참여정부는 비전도, 성과도 보여주지 못한 게 참패의 가장 큰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여권은 선거전을 치르면서 반여 정서의 심각성을 인식, 반성과 호소로 전략을 바꿨지만 흐름을 바꾸기에는 민심이 너무 멀리 떠나있었다. 한나라당이 성추행 파문, 공천 비리 등의 대형 악재에 휘말렸지만 여당에 유리하게 작용하지 못할 정도로 민심이반은 심각했다.
독선적이고 대결지향적인 국정운영 스타일도 문제였다. 고려대 법대 장영수 교수는 “참여정부가 도덕성 측면에서 나아진 점이 있다”면서 “그러나 도덕적 우월성에 지나치게 빠져 독선적인 스타일로 일관, 지지를 잃었다”고 진단했다.
손호철 교수는 이를 ‘스타일의 급진주의’로 규정했다. 보수적인 정책마저 불필요하게 전투적으로 추진, 국민을 피곤하게 하고 등을 돌리게 만들었다는 것이다.
“도대체 이 정부의 정체를 모르겠다”는 불투명한 정체성도 지적된다. 좌파적 성향(부동산 세제 개편 등)과 우파적 성향(한미FTA 추진 등) 사이에서 갈팡질팡했고, 이것이 핵심 지지층마저 흔들리게 만들었다.
정치공학적으로 보면 지지 기반인 호남을 외면한 것이 참패의 현실적 원인이 됐다. ‘민’정치컨설팅의 박성민 대표는 “참여정부가 지지기반인 서쪽(호남ㆍ충청)보다는 동쪽(영남)에 비중을 두었기 때문에 서쪽, 특히 호남 유권자들은 배신감에 여권 지지를 철회하게 됐다”고 말했다.
전통적 지지기반이 무너진 구조에서는 여권이 어떤 인물이나 정책을 내놓아도 참패할 수 밖에 없었다는 분석이다.
정녹용 기자 ltre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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