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생을 빨리 만날 수 있도록 일본 정부가 도와 주세요."
일본인 납북자 요코타 메구미씨의 남편으로 알려진 한국인 납북자 김영남씨의 누나 영자씨는 29일 일본 중의원에서 열린 납치문제특별위원회에서 이처럼 호소했다. 어머니 최계월씨도 "내가 살아있는 동안에 막둥이를 만날 수 있도록 해달라"고 울부짖어 일본 의원들로부터 동정의 박수를 받았다.
최성용 납북자가족모임 대표는 "북한의 납치를 납치라고 말하지 못하는 한국 정부는 비겁하다. 한국 정부는 앞으로도 아무것도 안 할 것으로 본다"며 정부를 비판했다.
이날 증언은 매우 낯 뜨겁게 느껴졌다. 한국인 납북자 가족들이 일본 국회에서 일본 정부와 일본 정치인들에게 도움을 호소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부끄러웠다. 가족들은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일본측의 도움을 갈망하는 것처럼 보였다.
납북자 문제에 소극적이었던 정부의 입장은 이해해 줄 측면이 있다. 북한과의 화해와 교류가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근본 해결책 중에 하나라는 점도 인정한다. 그러나 최근 DNA 검사를 통해 김영남씨의 납북을 확인한 상황에서 납북자 가족들을 절망에 빠트렸던 그 동안의 정부 대응에 대해서는 깊이 반성해야 한다.
정부가 먼저 시작해야 하는 것은 부모 형제가 납북 당한 후 고된 삶을 살아 온 가족들은 자상하게 어루만져 주는 일이다. 그것이 정부에 대한 가족들의 신뢰를 회복하는 길이다. 한국 정부는 화해와 교류의 대북 정책과 납북자 문제는 별개라는 것을 확실하게 인식해야 한다. 정부가 앞으로 인도적 문제인 납북자 문제를 어떻게 풀어나갈 지 한국 국민은 물론 다른 나라들도 주시하고 있다.
도쿄=김철훈특파원 ch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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