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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사의 '전쟁 일기' 36년만에 햇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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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사의 '전쟁 일기' 36년만에 햇빛

입력
2006.05.3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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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 당신은 지금 어디에 있나요? 정말로 우리는 서로 만날 수 없을 만큼 멀리 떨어져 있는 건가요? 왜 나는 지금도 심장에서 피가 흐르는 것을 느끼는 걸까요?”

베트남전에 참여했다 전사한 한 베트남 여의사가 남긴 전쟁 일기가 베트남 국민의 심금을 울리고 있다.

인터내셔널 헤럴드 트리뷴(IHT)은 지난해 말 발간된 ‘당 투이 짬의 일기’란 책이 베트남 국민들의 가슴을 울리며 베스트셀러가 된 사연을 ‘사랑과 혁명’이란 제목으로 30일 보도했다.

짬(사진)은 일기에서 ‘M’이란 이니셜로 쓴 어렸을 적 연인이 베트남전에 참전한 후 그의 사랑을 찾기 위해, 또 사회주의의 꿈을 이루기 위해 23세의 꽃다운 나이로 전쟁에 참여했다.

그는 이후 3년여간 총성이 빗발치는 전장을 누비며 1970년 미군의 공격으로 전사할 때까지 겪은 연인에 대한 그리움과 전쟁의 고독, 그리고 사회주의에 대한 열망을 3권의 일기장에 고스란히 담았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두권은 전쟁의 와중에 사라졌고, 한 권만이 그가 전사한 장소에서 불온 유인물을 회수하던 화이트허스트란 한 미군에 의해 발견돼 지난해 어머니에게 전달되면서 빛을 보게 됐다.

“먼 훗날, 당신들이 사회주의라는 아름다운 꽃과 햇빛 아래 살게 된다면, 그 목표를 위해 피를 흘렸던 사람들의 희생을 기억하라”고 쓴 그는 전사로써 사회주의에 대한 강한 열망을 표현했다. 의료장비가 부족해 죽어가는 전우를 지켜봐야 했던 의사로서의 고뇌도 읽는 이를 숙연케 한다.

“바로 어제 중상을 입은 21살의 어린 동생 같은 전사는 내가 도와줄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하고 내 이름을 불러댔다. 하지만 나는 아무것도 할 수 없고, 쓸모없는 내 손안에서 죽어가는 그를 보면서 눈에서 하염없니 눈물이 흘러 내렸다”그는 “전쟁은 결코 누구도 보호해주지 않는다”며 전쟁의 참혹함과 고뇌를 쏟아냈다.

그는 비정한 전장의 와중에서도 연인에 대한 사무친 감정을 숨기지 않았다. ‘당신을 생각하면 지금도 뜨거운 피가 솟구침을 느낀다’는 그는 그러나 곧바로 자신을 향해 “너 마음속에 타오르는 사랑의 감정을 모두 잊어야 한다. (미군의) 총공세의 시작을 알리는 저 총성이 들리지 않는가”라며 개인적 감정으로 나약해지려는 자신을 다잡으려는 결의를 보이기도 했다.

신문은 “실제 삶이 픽션보다 더욱 잔인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그의 일기는 전쟁을 모르는 세대가 3분의 2를 차지하고 있는 베트남 사회에 젊은 여성이 겪은 사회주의혁명 이데올로기와 사랑의 감정이 어떠했을까를 진솔하게 보여주고 있다”고 전했다.

황양준기자 naiger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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