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드보카트의 살벌한 경쟁시스템
독일월드컵에 나설 축구국가대표팀의 베스트 11에 대한 의견이 분분하다. 이에 대한 정답을 줄 사람은 딕 아드보카트 감독 뿐이다. 그러나 ‘베스트 11’과 관련한 질문을 받으면 철저히 말을 아낀다.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는 답변만 돌아올 뿐이다. 선수들의 경쟁 구도를 끝까지 유지시켜 전력을 극대화하기 위한 ‘예정된’ 수사다.
아드보카트 감독은 선수들간의 경쟁 구도가 팀 전력에 매우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온다는 지론을 갖고 있다. 경쟁자의 존재로 인해 선수들이 긴장을 유지하고 투쟁심을 발휘, 훈련과 경기에 집중한다면 결국은 팀 전체의 전력이 상승되는 효과를 가져온다는 것이다. 이로 인해 팀 구성원 전체의 기량이 평준화되면 부상 등 예기치 않은 상황에서의 전력 누수를 막을 수 있는 효과도 더불어 얻을 수 있다고 말한다.
이런 까닭으로 아드보카트 감독은 늘 선수들에게 긴장을 유지시킨다. 대표팀은 실전을 1~2일 앞두고 조끼를 입은 팀과 그렇지 않은 팀으로 나누어 풀스쿼드(11대11) 연습 경기를 치른다. ‘조끼’는 대표팀에서 주전의 상징과도 같다. 그러나 조끼를 입은 팀의 구성원 전체가 선발 출전하는 것은 아니다. 한 두 포지션에는 반드시 ‘비주전팀’에서 뛰었던 선수들이 출전한다.
선수들간의 긴장감을 끝까지 유지시키기 위해서다. 조끼를 입지 않은 선수들이 ‘아, 나는 선발 라인업에서 제외됐구나’ 하는 생각에서 대충 플레이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라는 것이 대표팀 관계자의 설명이다. 이렇다 보니 경기 전날 연습 경기에서 비주전팀에 편성됐다고 해도 선수들은 사력을 다한다. 인상적인 활약을 펼친다면 ‘조끼’ 한 두 명을 밀어내고 선발 라인업을 차지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거친 몸싸움과 태클도 마다하지 않으며, 훈련 집중도가 높아지고 효과가 배가되기 마련이다.
1차 베이스캠프인 머레이파크에서도 마찬가지다. 주전 경쟁이 막바지에 접어든 탓인지 연습 게임을 지켜보고 있노라면 ‘살벌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선수들의 입에서 ‘아이고 힘들어’ 소리가 절로 나온다. 훈련이 격렬해지다 보니 자연히 부상 선수도 발생한다. 그러나 아드보카트 감독은 눈 하나 꿈쩍하지 않는다. 29일 오후 격렬한 풀스쿼드 연습 게임을 치른 후 30일 오전 정상 훈련에 참가한 이는 16명. 골키퍼 3명을 제외한 필드 플레이어는 13명에 불과했다. 이런저런 부상 때문이다.
훈련이 끝난 후 인터뷰에서 부상 선수가 속출하고 있는 것에 대한 질문을 받자 아드보카트 감독은 답했다. “축구 선수가 훈련을 하다 보면 당연히 부상을 당한다. 그게 싫다면 수영장에 가서 수영이나 하라.” ‘언중유골’, 농담처럼 들리지만 경쟁 구도와 투쟁심을 중시하는 아드보카트 감독의 축구관이 잘 드러나 일성이었다. 글래스고(스코틀랜드)=김정민기자 goav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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