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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여성 1호'의 산실 女과학도 메카로 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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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여성 1호'의 산실 女과학도 메카로 뜬다

입력
2006.05.3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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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일 개교 120주년을 맞은 이화여대는 각 시대마다 금녀의 영역을 허무는 구심점이었다. 정ㆍ재계를 비롯해 학술 문화 언론 예술 등 다방면에 포진한 동문들의 활약상을 들여다보면 ‘대한민국 여성 1호의 산실’이라는 명예가 단순한 수사에 그치지 않음을 알게 된다. 그런 이대는 이제 ‘과학’이라는 또 다른 금기 깨기에 나서고 있다. 120주년 기념 슬로건을 ‘프런티어 이화(Frontier Ewha)’로 정한 것에서도 이 분야에 대한 학교의 의지가 읽힌다.

●‘과학 이화’를 꿈꾼다

30일 오전 종합과학관 C동 분자생명과학기술원 2층 분자생물학 연구실. 120주년 기념행사가 한창인 교정을 뒤로 하고 건물에 들어서자 시큼한 아세트산 향이 코를 찌른다. ‘세포신호전달체계’의 메카로 떠오르며 세계 과학계의 주목을 한 몸에 받고 있는 곳이다.

떠들썩한 바깥 분위기를 아는지 모르는지 적막감마저 감도는 연구실에서 무표정한 얼굴로 실험에 열중해 있는 최민희(27)씨. 그는 이미 유명인사다. 대학원생 신분으로 지난해 5월 활성산소가 세포의 증식을 조절하는 과정을 규명한 논문을 과학 저널 ‘네이처’에 발표해 학계의 관심을 끌었다. 최씨는 “분자생물학은 고도의 집중력과 섬세함을 요구해 여성도 경쟁력을 갖출 수 있는 분야”라며 “학교의 전폭적인 지원 덕분에 좋은 결과를 낼 수 있게 돼 가슴 뿌듯하다”고 말했다.

인문학의 요람으로만 인식되던 이대가 과학에 눈을 돌린 것은 1995년. 선진국들이 앞 다퉈 게놈 프로젝트(유전자지도 작성작업)를 추진하면서 생명공학이 빠르게 발전하던 시기였다. 당시 장상 총장은 심각한 고민에 빠졌다. 과학 분야에 뛰어들지 않고는 기존 위상을 지키기가 어렵다는 판단이 들었지만 미지의 영역에 도전하는 일은 큰 모험이었다. 이대는 결국 모험을 택했다.

이듬해 여대 최초의 공대 설치를 시작으로 98년 학내 우수연구센터(SRC) 설립, 99년 생명공학 분야 두뇌한국(BK)21 프로젝트 선정이 잇따르면서 신천지 개척이 진행됐다. 세포신호전달 분야의 세계적 권위자로 미국 국립보건원(NIH)의 책임연구원으로 있던 이서구(62) 교수를 석좌교수로 영입한 일은 연구에 날개를 달아준 격이었다. 외환위기 속에서도 몸집을 줄이기는커녕 공격적인 투자와 인재영입을 병행하며 착실한 연구 기반을 쌓았다.

2004년 대기업의 후원을 이끌어내 최첨단 설비를 갖춘 종합과학관 C동을 신축하는 등 인프라 구축도 큰 진전을 이뤘다.

●비상(飛上)의 양 날개_BT와 NT

집중적인 투자와 기다림은 이제 결실로 나타나기 시작했다. 지난해 분자생명 분야 논문들이 ‘사이언스’와 ‘네이처’에 잇따라 게재돼 권위를 인정 받았고 국내ㆍ외 특허 출원 건수(19건)도 급증했다.

지난해 한국대학교육협의회가 발표한 2004년 대학 학문분야 평가에서는 생명공학(BT) 분야가 포항공대에 이어 2위를 차지하는 개가를 올렸다. 2003년 뒤늦게 뛰어든 나노기술(NT) 분야도 권위자인 최진호, 남원우 석좌교수 등을 중심으로 성과를 내며 BT와 함께 ‘과학 이화’의 양대 축으로 자리잡았다. 최 교수가 이끄는 ‘나노ㆍ지능형 바이오 소재 연구센터’는 과학기술부로부터 우수연구센터로 지정됐다.

이 같은 성과는 여성의 강점인 협력과 소통이 큰 힘이 됐다고 많은 이들이 입을 모은다. 분자생명공학부 강상원(43) 교수는 “생명과학이 학제간 협력이 없이는 큰 성과를 내기 어려운 분야라는 점을 감안해 연구실간 벽을 없애 정보의 흐름과 지식의 공유를 극대화했다”며 “열린 공간에서 협력과 자유로운 의사 소통이 ‘여성은 과학을 할 수 없다’는 편견을 걷어내는 데 밑거름이 됐다”고 설명했다.

김이삭기자 hiro@hk.co.kr김수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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