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악관을 45년간 출입하며 케네디 이후 9명의 대통령을 취재해온 85세의 여기자 헬렌 토머스가 새 책을 썼다. 평소 미국 정부를 신랄하게 비판해온 그의 성향을 보여주듯 책의 제목은 ‘우리가 민주주의의 파수꾼이라고?’(Watchdogs of Democracy?).
UPI통신의 백악관 출입기자로 있다 지금은 허스트 그룹의 칼럼니스트로 일하는 그의 이름 앞에는 ‘백악관 브리핑룸의 맨 앞줄에 앉는 기자’ ‘대통령이 가장 싫어하지만, 국민들에게는 가장 신뢰를 받는 기자’라는 등의 수식어가 붙는 기자로 유명하다. 그가 첫 질문을 던지고, “감사합니다, 대통령”이라는 말로 회견을 끝내는 게 백악관 기자회견의 관례라고 할 정도였다.
그는 지난 3월 기자회견 중 부시 대통령에게 “이라크를 침공한 진짜 이유가 뭐냐”라고 묻고는 열띤 설전을 벌여 수많은 독자들로부터 격려의 장미꽃 배달 선물을 받기도 했는데, 이 일로 백악관 브리핑룸에서 자신의 고정석이 사라지는 수모를 겪기도 했다.
토머스 기자는 이번 책 발간 후 뉴욕타임스와 가진 인터뷰에서 “부시 정부는 역대 정부 중 가장 비밀이 많다”고 비판했다. 그는 “당신이 취재해온 대통령들이 모두 언론을 교활하게 조작, 자신이 원하는 바를 이루려 했다고 비판했으면서도 왜 매일 백악관 브리핑에는 갔는가”라는 질문에 “오늘 돌아가는 이야기를 따라잡고 싶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최근의 백악관 일일 브리핑에 대해 그는 “대부분의 시간은 정부가 진실을 얘기해주지 않으려고 어떻게 질질 끌고 덧칠하는지를 목격할 수 있다”며 “그것 자체가 기사”라고 말하기도 했다. 토니 스노 신임 백악관 대변인에 대해서는 전임자인 스콧 매클렐런보다 “좀 더 유연하고 매끄럽지만 기자들에게 정보를 더 줄 것 같지는 않다”면서 “가라테의 일격을 날리면서 얼굴에는 미소를 띄는 방법을 숙달하려고 애쓰고 있다”고 혹평했다.
그는 인터뷰에서 “기자에게 무례한(rude) 질문이란 없다”고 말했다. 토머스 기자는 “대통령이 질문에 대답할 때마다 ‘감사하다’고 말하는 것은 기자들의 올바른 태도가 아니다. 왜냐 하면 질문에 답하는 것이야말로 그(대통령)의 일이기 때문이다”라고 부연했다.
남경욱 기자 kwna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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