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정부의 정부혁신 방안 중 하나인 ‘고위 공무원단제도’가 7월 1일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1~3급 실ㆍ국장급 공무원의 계급구분을 폐지하고 능력에 따라 보수를 차별하며, 외부인사를 충원해 업무력 향상과 정무적 대응력을 높이자는 이유다. 무사안일과 복지부동의 상징인 공무원조직을 위로부터, 효율을 잣대로 혁신하겠다는 정부의 취지에 공감하면서도, 부작용을 경계하지 않을 수 없다.
이 제도는 국가와 사기업 조직의 장점을 아우른 개방형 공모와 성과급이 근간이다. 외부 전문가 20%, 타부처 인사 30%, 내부 인사 50%로 1,500명 정도의 인재 풀을 구성해 중앙인사위원회에서 별도 관리토록 하고 있다. 5단계 평가제가 있어 뚜렷한 급여차등도 예상된다. 정부의 생산성과 대응력을 높여 경쟁력을 강화하고 국정목표를 효율화 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 제도엔 인재 풀의 공정성과 행정평가의 투명성이 절대적 전제다. 우선 우려되는 대목은 정권의 부침에 따라 인재 풀 조성이 뒤죽박죽 될 개연성이 있다. 국정목표와 행정비중이 정권 성격에 따라 좌우되는 현실을 감안할 때 고위 공무원단 구성은 또 하나의 ‘정치 집단’으로 변할 가능성이 농후하다.
외부인사 영입을 둘러싼 정치권 개입이나 선발인사를 염두에 둔 줄서기와 편가르기의 조짐이 우려된다. 업무평가의 투명성도 그렇다. 판정에 따라 무보직 처분과 적격검사 등이 수반되며, 수시로 면직처분도 가능토록 돼 있다. 일만 잘하면 된다지만, 고위공무원으로 하여금 정권의 눈치를 살피게 하고 과도한 충성경쟁을 야기시킬 여지 또한 높다.
이 제도가 미국과 영국, 호주, 뉴질랜드 등에서 효율적으로 운영되고 있음은 공정성과 투명성이 갖춰져 있기 때문이다. 이들 국가는 고위 공무원이 기존의 관료조직과 구별되는 정무직 형태이므로, 정권의 향배를 따르는 게 당연하다는 사회적 공감대가 있다. 우리 제도가 정치적 독립과 효율성을 유지하려면 철저한 연구와 세밀한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