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이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에 징역 10년, 추징금 21조원의 중형을 선고함으로써 97년 외환위기 이후 터진 ‘대우 사태’의 최종 책임이 김 전 회장에게 있다는 사실을 명백히 했다. 하지만 건강 상의 이유로 현재도 구속집행이 정지된 상태이어서 김 전 회장에 대한 형의 실효성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대우사태 책임
김 전 회장의 핵심적인 혐의는 41조원대의 분식회계와 9조9,000억원의 사기대출이지만 재판 과정에서 이 부분에 대한 공방은 크게 일지 않았다. 대법원이 지난해 4월 같은 혐의로 기소된 강병호 전 ㈜대우 사장에게 징역 5년을 선고하는 등 대우그룹 전 경영진에게 이미 유죄 판결을 내렸기 때문이다. 하급심이 대법원과 다른 판결을 할 특별한 사정 변화가 없었던 점을 감안하면 김 전 회장이 지난해 5년간의 해외도피 끝에 입국할 때 유죄 선고는 예정된 것이었다.
김 전 회장은 재판 과정에서 “임원들이 알아서 한 것이므로 자세한 내용은 잘 모른다”며 혐의를 끝내 부인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피고인이 분식회계 등을 지시하고 용인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고 최종 책임자가 김 전 회장임을 못박았다. 재판부는 또 “분식회계나 사기대출 등 경제 구성원의 신뢰를 배반하는 행위에 대해서 그에 상응하는 중한 처벌이 따른다는 것을 사회에 일깨워 줘야 할 필요가 있다”며 중형 선고의 이유를 설명했다.
형 집행의 실효성
하지만 김 전 회장이 70세의 고령인데다 심장 질환을 앓고 있어 실제 선고된 형량 만큼 수감 생활을 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김 전 회장은 지난해 6월 구속돼 2개월 만에 건강상의 이유로 구속집행정지 처분을 받은 뒤 현재까지 신촌 세브란스병원에 입원해 치료를 받고 있다. 구속집행정지는 7월 28일로 만료되지만 그 때까지 김 전 회장의 건강이 크게 나아지지 않으면 연장될 수 있다.
형이 확정돼 교도소에 수감되더라도 재벌 총수에 대한 우리사회의 관대한 처분 관행에 비추어 보면 일정 기간이 지난 뒤 형집행정지로 풀려나고 이후 특별사면 등으로 형을 면제받을 가능성도 있다. 재판장인 황현주 부장판사는 선고 공판에서 “징역 10년의 실형을 선고하지만 피고인이 고령인 점, 심장질환을 앓고 있는 점 등을 고려해 구속집행정지처분을 취소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추징금 21조4,400억원도 실제 거둬들일 수 있을지 의문이다. 김 전 회장은 99년 대우사태를 해결하기 위해 전 재산을 채권단에 담보로 제공해 빈털터리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의 가족들 명의로 돼 있는 재산도 이미 그의 소유가 아니라는 법원 판결이 내려져 숨겨놓은 재산이 드러나지 않는 한 회수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최영윤 기자 daln6p@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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