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 재건축 아파트의 호가가 최고 1억원 가량 빠지고 없던 매물이 서서히 늘어나는 등 고가 아파트 가격거품이 꺼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재건축개발이익환수제와 대출 규제 강화 등 정부의 물리적 억제책에 버블론으로 인한 시장 심리 위축이 더해지면서 그간 관망세였던 시장이 하향 안정세 쪽으로 기우는 모습이다.
우선 재건축시장의 약세가 눈에 띈다. 강남구 개포주공1단지의 경우 3ㆍ30대책 발표 당시 6억7,000만원에 이르던 호가가 지금은 6억1,000만원대로 낮아졌다. 송파구 잠실 주공5단지도 4월초 11억5,000만원에서 최근 호가가 1억원이나 빠진 10억5,000만원짜리 급매물이 나왔다.
최근 매물은 다주택자들이 보유하고 있던 투자성 물건들인 것으로 보인다. 이는 개포 주공과 대치동 은마아파트 등 재건축 프리미엄을 누리던 단지에서 상대적으로 매물이 많다는 점에서 확인된다. 몇 개의 급매물이 나온 은마아파트 34평형의 경우 12억2,000만원까지 낮춘 매물이 접수됐다. 이 달초 13억원에 거래됐던 점을 감안하면 8,000만원이 떨어진 것이다.
잠실동 E공인 관계자는 “집값 하락을 걱정하는 집주인들이 최근 크게 늘고, 가격이 오를 대로 오른 상태에서 재건축 지분을 샀던 사람들이 주로 매도에 나서며 호가가 1억원씩이나 하락했다”며 “하지만 아직은 대기수요가 많아 가격이 더 이상 폭락할 가능성은 별로 없어 보인다”고 전했다.
분당이나 평촌신도시도 호가가 서서히 빠지면서 매물이 하나 둘씩 늘고 있다. 그러나 사려는 사람들은 가격이 더 내려가길 기다리고 있고 집주인들은 가격을 더 이상 낮추려 하지 않아 거래는 별로 없다.
이런 가운데 주택 시장 안정세는 하반기로 갈수록 더 뚜렷해질 것이라는 전망이 확산되고 있다. 9월에 시행될 재건축초과이익환수법 등 3ㆍ30대책의 핵심 제도들이 하반기부터 본격 시행된다는 점이 이 같은 전망에 힘을 보태고 있는 것이다.
RE멤버스 고종완 대표는 “당장 6월부터 실거래가를 등기부에 기재해야 하는데다, 12월에는 종합부동산세를 내야 해 연말이면 고가 주택 소유자들의 부담이 늘어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1가구2주택자에 대한 양도소득세 면제도 올해 말로 끝나고 양도세율도 최고 50%로 높아지기 때문에 하반기로 갈수록 매물이 많이 나오고 이에 따라 가격도 더 떨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반면, 스피드뱅크 리서치센터 김광석 실장은 “8월 판교 중대형 분양에 맞춰 집값이 재상승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며 “특히 5ㆍ31 선거 이후 정국의 구도에 따라 집값 상승에 대한 기대감이 다시 커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전태훤 기자 besam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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