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과 장애로 고통 받는 환자들의 아픔을 조금이라도 달래줬으면….”
해외여행 중 교통사고로 한쪽 다리를 잃은 여성 장애인이 사고 보상금의 절반을 재활전문병원 건립을 위한 기금으로 내놨다. 푸르메재단 상임이사 백경학(42)씨의 부인 황혜경(40)씨가 사연의 주인공이다.
푸르메재단은 불의의 사고로 장애인이 된 환자들의 재활을 돕는 비영리단체. 황씨는 30일 서울 종로구 청진동 푸르메재단 사무실을 찾아 8년간의 소송 끝에 받은 피해보상금 107만7,000파운드 중 50만 파운드(약 9억원)를 기부했다.
그는 서울시 전문직 공무원으로 일하던 1998년 남편과 함께 영국 스코틀랜드로 자동차 여행을 갔다가 사고를 당했다. 두통약을 과다 복용한 사람이 길가에 주차된 차 트렁크에서 물건을 꺼내던 그를 미처 발견하지 못하고 그대로 들이받았다. 이 사고로 황씨는 왼쪽 다리를 잃었고, 혼수상태로 2개월 반 동안이나 사경을 헤맸다.
이후 독일에서 1년간 재활치료를 받고 귀국한 황씨는 국내 재활병원의 열악한 환경을 둘러보고 충격을 받았다. 낡고 부실한 시설에 비용 부담도 엄청났다. 그는 “이때부터 내가 경험한 선진형 재활병원을 국내에 세워야 겠다고 생각했다”며 “가난과 장애의 이중고에 시달리는 장애 환자가 마음 놓고 치료 받을 수 있는 병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해 초 가해자 측 보험회사(알리안츠)가 준 ‘우선피해보상금’ 1억원도 푸르메 재단에 기부했었다. 푸르메재단은 황씨가 기부한 10억원을 ‘황혜경 기금’이라고 이름 짓고 서울 근교에 전원 마을 형태의 재활전문병원을 건립하는데 쓸 예정이다.
정철환 기자 ploma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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