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데스크가 아니라 스포츠데스크, 월드컵데스크라 불러라.” “선거 보도는 고작 5분, 월드컵은 스포츠뉴스까지 포함해 20분… 이러고도 투표 하라고 떠들 수 있나?”
5ㆍ31 지방선거는 외면한 채 독일 월드컵에 ‘올인’ 하다시피 한 MBC 뉴스데스크의 보도 행태에 시청자들의 비난이 빗발치고 있다. ‘부실한 선거 보도, 넘치는 월드컵 뉴스’ 양상은 KBS 뉴스9, SBS 8뉴스 등 타 방송사에서도 드러난 문제지만, MBC 뉴스데스크는 양과 구성에서 가히 ‘압권’이라 할 만하다.
뉴스데스크의 ‘월드컵 싹쓸이’ 보도는 보스니아와의 평가전이 열린 26일 절정을 이뤘다. 경기를 단독 중계한 MBC는 경기 후 이어진 뉴스데스크에서 ‘가상 스위스 2대0 격파’제목을 단 머릿기사를 비롯해 25분여에 걸쳐 무려 16꼭지의 월드컵 관련 뉴스를 쏟아냈다. 반면 지방선거 관련 보도는 ‘투표합시다’ 등 단 3건에 그쳤다.
주말 뉴스도 다르지 않았다. 27일 뉴스데스크는 인도네시아 지진 참사를 전한 머릿기사에 이어 무려 9꼭지의 월드컵 기사를 내보낸 뒤 선거 보도는 ‘빗속 주말유세’ 등 스케치성 기사 2꼭지로 끝냈다. 28일에도 선거 보도는 김두관 열린우리당 경남지사 후보의 발언 파문 관련 2꼭지를 포함해 3건에 그친 반면, 월드컵 뉴스는 4꼭지를 다뤘다.
특히 주말 뉴스데스크 진행자가 28일 “월드컵 스타들의 이름은 귀에 쏙쏙 잘 들어와도 지방선거 후보들은 잘 들어오지 않는다는 분들 많으실 겁니다. 그래도 남은 사흘만큼은 눈과 귀를 좀더 크게 열어두어야 할 것 같습니다”라는 멘트로 방송을 마무리 하자, 시청자 게시판에는 “국민의 눈과 귀를 막은 MBC가 그런 말을 할 자격이 있느냐”는 등의 질타가 쏟아졌다.
뉴스데스크는 3월에는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4강 진출, 4,5월에는 하인스 워드와 미셸 위의 방한 소식으로 도배하다시피 해 ‘스포츠데스크’라는 비아냥을 들었다. 그러나 시청률을 위해서는 이런 비난쯤 감수하겠다는 듯, 월드컵 개막 D-30일인 10일, 대표팀 명단이 발표된 11일에도 각각 20건, 16건의 관련 뉴스를 내보내 타 방송사 보도량을 압도했다.
“스포츠로 눈과 귀를 가려 국민을 바보로 만들 셈인가.” “벌써부터 이 정도인데 월드컵 개막하고 한국 대표팀 경기가 열리면 어디까지 갈까.” 시청자 게시판에 쏟아지고 있는 우려의 목소리에 MBC가 어떻게 답할지 궁금하다.
이희정기자 jay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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