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거민에게 2억원이 넘는 보증금을 내라는 것이 결국 삶을 포기하게 만들었습니다.” 경기 성남시 분당구 판교 택지개발지구 철거 세입자가 턱없이 비싼 임대 보증금을 고민하다 음독 자살을 기도해 중태에 빠졌다.
29일 오전 0시30분께 성남시 수정구 수진1동 단독주택에 세들어 살던 김모(52)씨가 신음 중인 것을 부인 최모(44)씨가 발견해 병원으로 옮겼다.
부인 최씨는 경찰에서“어제 일을 마치고 밤 늦게 집에 와보니 남편이 계속 토하면서 신음해 119구조대에 연락했다”고 말했다.
병원측은 김씨가 제초제를 마신 것으로 보고 위세척 등 응급조치를 마쳤으나 장출혈이 심해 생명이 위독한 상태라고 전했다.
20여년 전부터 판교지구내 삼평동에서 노동과 농사일을 하던 김씨는 세들어 살던 집이 철거되면서 한 달여전 수진동으로 이사했다. 이후 판교임대아파트 특별공급에서 민영 임대32평형을 배정 받았으나 임대보증금(2억4,000만원)과 월임대료(59만원)를 부담할 수 없어 계약을 포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판교 세입자 단체인‘판교세입자참모임’ 관계자는“김씨가 판교 임대료 마련을 걱정했었고 어제도 몇몇 회원을 만나 임대아파트를 계약하지 못한 것을 비관했다”며“잘못된 임대 아파트정책과 철거민 대책이 이런 결과를 초
래했다”고 주장했다.
한 철거민은“정부가 철거민과 일반청약자들을 똑같이 취급해 임대아파트를사실상 분양용 아파트와 다를 것 없이 만들어 놓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편 판교 신도시 4개 민영 임대아파트 특별공급을 받은 세입자 413명 가운데 32.4%인 134명은 김씨와 같은 이유로 지난 15~17일 임대 계약을 포기했다. 이들의 포기한 미계약 물량은 일반 청약자들의 손에 넘어갔다.
이범구기자 gogum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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