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국가인 ‘기미가요(君が代)’의 가사 바꿔 부르기가 인터넷을 통해 유행하고 있다고 산케이(産經)신문이 29일 보도했다. 학교현장에서 국가제창을 강요하는 분위기 속에서 나온 반발이어서 일본 정부와 우익 세력이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Kiss Me’라는 제목의 가사를 바꾼 기미가요는 일본군 군대위안부 피해자 등을 주제로 하고 있다. 영어로 된 가사는 기미가요의 일본어 가사 발음과 비슷하게 만들어 입 모양만으로는 국가를 옳게 부르는지 여부를 알 수 없다. 예를 들어 첫 부분 ‘Kiss Me, Girl, Your Old One(내게 키스해다오, 소녀여, 이 할머니에게)”은 원래 가사인 ‘기-미-가-요-와’의 발음과 입 모양이 일치한다. 이 같은 개사 기미가요는 1999년 ‘국기 및 국가에 관한 법률’이 제정된 이후 다양하게 등장하기 시작했지만 올 초 입학과 졸업시즌에 블로그 등을 통해서 ‘Kiss Me’ 버전이 대량 유포된 것으로 알려졌다.
우익 세력은 개사 기미가요가 반대 운동가들의 국가제창 거부 수단으로 사용되고 있다고 불만이다. 실제 한 반대 단체의 홈 페이지는 ‘마음에 없지만 기미가요를 부르지 않을 수 없는 사람들에게는 이 노래가 마음속의 저항을 지탱해주는 작은 기둥이 된다’고 적고 있다. ‘국가가 살인을 강요했다는 것을 전달하기 위한 노래’라고 해설한 곳도 있다.
메이지(明治)시대부터 실질적인 일본의 국가로 불려온 기미가요는 천황의 시대가 영원하기를 염원하는 내용이다. 패전 후 ‘군국주의 체계화에 이용된 상징’이라는 비판 때문에 외면당하다가 99년 관련 법이 만들어지면서부터 정식 국가로 공인 받았다.
도쿄=김철훈특파원 chkim@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