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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인숙의 길 위의 이야기] 서점에 갔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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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인숙의 길 위의 이야기] 서점에 갔다가

입력
2006.05.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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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 독자를 겨냥해 책을 내는 출판사가 가장 선호하는 시기는 3월 신학기가 시작되기 전이란다. 설날도 지낸 지 얼마 안 돼 세뱃돈으로 아이들 주머니가 가장 불룩할 때라는 게 그 이유다. 요즘 출판사들은 별 구차한 생각을 다 한다.

책이 필요하면 떳떳이 부모에게 요구하지, 자기 용돈을 헐어 책값으로 쓸 청소년이 많을 성싶지 않은데. 소설책이나 시집 같은 문학서일 경우는 더 그렇다.

요즘 아이들은 책읽기를 ‘별난 취미’로 여기는 모양이다. 책을 좋아하는 친구 딸이 있는데 학교에서는 교과서 외의 책을 절대 읽지 않는다고 한다. 쉬는 시간에 소설책을 읽다가는 급우들에게 별난 애 취급을 받기 때문이다. 묘한 일이다. 옛날에 비하면 요즘 애들은 훨씬 더 자유와 개성을 존중 받으며 살 텐데 훨씬 더 집단적이다.

누가 별난 것도 못 보아내고, 자기가 별나 보이는 걸 굉장히 무서워한다. 그게 다 책과 개별적으로 대면해 세상을 깨치지 않고, 인터넷이란 집단 신경망에 제 어린 두뇌를 맡긴 탓이다.

서점에 갔다가 내가 낸 책이 누군가 얹어놓은, 인터넷에 관한 책으로 가려진 걸 봤다. 그 괘씸한 책을 책꽂이 깊숙한 구석에 처박아 넣고 왔다.

시인 황인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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