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이종욱 세계보건기구(WHO) 사무총장의 유해가 29일 오전 11시 국립대전현충원 국가유공자묘역에서 유족과 정부 관계자, WHO 조문단 등 8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안장됐다.
태극기에 덮인 고인의 유해를 안고 대전현충원에 도착한 부인 가부라키 레이코(鏑木玲子ㆍ62)씨는 안장식 내내 외아들 충호(28ㆍ미 코넬대 전기공학 박사과정)씨의 품에 안겨 오열했고 참석자들도 눈시울을 붉혔다.
유시민 보건복지부 장관은 추도사에서 “한국인 최초의 유엔 전문기구 수장이었던 고인은 인류의 역사에 큰 발자취를 남겼다”며 “사무총장 재임 3년간 지구촌 60여개국을 누비며 질병퇴치에 앞장선 위대한 지도자를 세계인은 오래도록 기억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케네스 버나드 WHO 사무총장 보좌관은 “고인은 마지막 순간까지도 말라리아 퇴치를 당부할 정도로 치열하게 살았던 인물”이라며 “후배들이 그의 10분의 1만 따라 해도 세상은 더 좋아질 수 있다”고 고인을 추모했다.
의료계 대표로 추도사를 한 서울대 의대 신영수 교수는 “질병으로 고통 받는 북한 어린이들을 도와야 한다고 말해놓고 그 아이들을 남겨둔 채 이렇게 일찍 떠나면 어떻게 하느냐”며 고인의 영정을 향해 울먹였다. 신 교수는 또 10년 동안 주행거리 40만㎞를 넘긴 고인의 차를 타고 함께 휴가를 다녀온 일화를 소개하며 고인의 검소함과 인간적 면모를 회상했다.
고인의 동생 이종오(국무총리실 인문사회연구회 이사장) 명지대 교수는 “국내ㆍ외 의료계에서는 형님을 추모하고 그 뜻을 이어가기 위해 ‘이종욱 추모재단’(가칭)의 설립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대전=전성우 기자 swchu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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