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17~19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는 두 개의 의미 있는 행사가 동시에 열렸다. 하나는 국제행사로 세계적인 과학자, 과학기자, 큐레이터, 과학커뮤니케이터들이 모여 과학커뮤니케이션의 경험을 공유하고 전략을 논의하는 ‘제9회 세계과학커뮤니케이션회의(PCST-9)’였고, 또 하나는 한국의 유수 과학자들이 첨단연구의 성과를 대중의 눈높이에서 설명하며 홍보하는 ‘연구문화광장 2006’행사였다.
‘PCST-9’은 아시아 국가에서는 최초로 개최된 행사였는데 영국 이탈리아 스페인 일본 태국 미국 멕시코 아르헨티나 등 31개국에서 500여명의 전문가가 참석했다. 총 32개의 세션이 열렸고 제출된 논문만 200여 개, 포스터발표도 70여 개에 달한다.
‘연구문화광장 2006’은 정보기술(IT) 생명공학(BT) 나노기술(NT) 원자력 등 8개 분야의 최근 연구 성과에 대해 과학자들이 직접 설명하는 최초의 행사로 기획되었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자리였다.
두 행사를 관통하는 공통의 핵심어는 커뮤니케이션이다. 결국 지향하는 바는 과학과 사회의 커뮤니케이션이며, 과학자와 대중의 소통이었다. 유럽에서는 대화(dialogue), 미국에서는 이해(understanding), 일본에서는 인식(awareness) 등의 용어를 주로 사용하지만 과학과 사회의 소통이라는 점에서 본질적으로 차이가 없다.
과학과 사회의 단절, 과학자와 대중간의 괴리의 문제는 과학발전의 단계에서 어느 사회나 겪기 마련이다. 과학선진국들도 두 문화간의 단절과 이공계 기피 현상을 겪었지만 과학커뮤니케이션을 통해 이 문제들을 해결하고 있다.
결국 길은 커뮤니케이션에 있다. 커뮤니케이션은 ‘공유’를 뜻하는 라틴어 어원 ‘communicare’에서 나온 말이다. 즉 과학커뮤니케이션은 ‘과학이라는 첨단지식을 사회와 소통하고 대중과 공유함’을 의미한다. 과학은 사회역사의 산물이며 과학자집단에 의한 연구의 성과이지만 과학자 자신을 위한 것이 아니라 사회전체를 위한 공공재라고 할 수 있다.
과학연구의 성과는 대중과 공유할 때 비로소 의미를 가질 수 있다. 과학연구의 예산은 국민의 세금으로 이루어지므로 연구자들이 자신의 연구를 알리는 것은 의무이며, 국민은 자신들이 낸 세금으로 이루어지는 첨단연구의 성과를 알 권리가 있다.
그렇다면 과연 누가 과학커뮤니케이션의 역할을 해야 할까. 과학연구의 성과를 대중에게 알리자면 과학자는 연구성과라는 콘텐츠를 제공해야 하고, 과학커뮤니케이터는 그 콘텐츠를 대중의 눈높이에 맞게 재가공해 대중에게 전달해주어야 한다. 여기에서 콘텐츠 제공자로서 과학자의 역할과 매개자로서 커뮤니케이터의 역할이 중요한 것이다.
과학자들이 연구실에서 연구에 몰두하는 것이 본연의 임무임은 물론이다. 그러나 과학 연구의 성과를 국민들에게 알리는 일도 과학자들의 의무임을 재삼 상기할 필요가 있다.
미국에서는 연구프로젝트의 일정부분을 연구홍보에 쓰도록 의무화하고 있고, 유럽연합(EU)에서는 연구비를 받는 과학자들이 일년에 한번 이상 과학강연, 포스터발표, 과학축제참여 등을 통해 과학연구홍보에 참여하도록 의무화하고 있다.
과학자와 커뮤니케이터의 협업으로 이뤄지는 과학커뮤니케이션은 과학기술의 지속적 발전에 크게 이바지할 것이다. 이번 행사를 계기로 한국사회에서도 연구의 대중적 이해와 과학커뮤니케이션이 하나의 문화로 정착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나도선 한국과학문화재단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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