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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중소기업의 피눈물을 아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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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중소기업의 피눈물을 아는가"

입력
2006.05.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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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4일 청와대에서는 ‘대ㆍ중소기업 상생협력회의’가 열렸다. 회의에서 이건희 삼성 회장을 비롯한 대기업 총수들과 주요 경제단체장, 경제관련 장관들은 상생협력을 위한 여러 가지 방안을 제시하였다. 정부는 원천기술 개발에서 생산까지 중소기업을 일괄 지원하는 방안, 대ㆍ중소기업 공동 마케팅 방안, 중소기업 노동자를 위한 교육훈련 지원 방안 등을 내 놓았고, 대기업 30대 그룹은 상생협력 사업을 위해 1조3,000억원을 내기로 했단다. 그야말로 중소기업에게는 종합선물세트라 할 만하다.

● 상생 앞서 대기업 불공정 해소해야

그러나 정작 중소기업들의 반응은 싸늘하다. 종전 대책의 재탕에 불과할 뿐만 아니라 중소기업을 망하게 하는 가장 고질적인 병폐인 대기업의 불공정거래행위 규제 없이는 모두 공염불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상생의 한쪽 축이라 할 중소기업이 이렇게 반발하는 상황에서 상생협력은 시작부터 실패라고 평가하지 않을 수 없다.

실제 중소기업이 호소하는 대기업의 불공정거래 횡포는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이다. 원가가 10만원인 부품을 5년 동안 6만원에 공급해야만 이후에도 장기 공급할 수 있다는 대기업의 요구에 울며 겨자 먹기로 생산에 들어갔으나 3년만에 문을 닫은 경우는 흔한 사례이다. 대기업의 구매 약속만 믿고 2년간 20억원을 투자하여 상품을 개발했지만 2년 후 그 대기업은 일방적으로 외국제품을 선택해 버렸다.

추가발주를 조건으로 납품단가 인하를 요구했다가 단가 인하 후에는 추가발주 약속을 지키지 않거나, 구매계약의 대가로 기술정보를 요구하여 그 기술을 가로채는 것은 다반사고, 대기업의 요구에 따른 설계변경임에도 추가 생산비용을 중소기업에게 떠넘기는 것은 흔한 분쟁의 원인이 된다.

이러한 불공정 사례에 더하여 중소기업이 분통을 터뜨리는 것은 정부의 ‘나 몰라라 대응’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원가 상승의 부담을 하청업체에게 떠넘긴 대기업 계열사의 부당한 납품단가 인하사건을 적발하고도 1년이 넘도록 처리를 미루다가 심리를 종료했다. 일부 하청업체는 납품단가를 65%나 깎아야만 했다.

그 과정에서 대기업은 납품단가 인하 사실을 은폐하기 위해 장부까지 조작하였다. 공정위는 장부를 조작한 직원에 대해 조사방해를 이유로 과태료를 부과하면서도 해당 대기업에 대해서는 증거 불충분을 이유로 아무런 제재 없이 사건을 종료시켰다.

이 사건은 공정위 내부에서도 심각한 반발을 일으킨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노동당의 조사에 따르면 공정위는 2003년, 2004년 2년 동안 하도급법 위반으로 3,129건을 적발했으나 단 한 건도 검찰에 고발하지 않았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중소기업은 정부와 대기업 모두에 대해 끝없는 불신을 가질 수밖에 없다.

‘상생협력회의’는 ‘대기업만의 잔치’이며, 허울뿐인 중소기업 지원책은 사정을 더욱 어렵게만 한다. 대기업들은 온갖 불법과 부정을 저지르고도 수천억원의 사회환원금으로 미봉하였듯이 이번에도 중소기업과의 상생을 돈으로 해결하려 한다.

● "대등하게 사업하게 해달라" 절규

한 중소기업가는 “우리가 거지인 줄 아느냐”며 울분을 토했다. “중소기업 지원은 바라지도 않는다. 제발 법에 따라 공정하고 대등하게 사업하게만 해 달라”는 호소는 절규에 가깝다. 사실 이번 ‘상생협력회의’는 그 참가자의 구성부터가 중소기업과는 거리가 멀었다. 기득권자인 대기업 총수들과 대기업의 이해를 좇는 경제단체들, 정부관료가 모여서 아무리 머리를 맞대어 보았자 나올 대책은 뻔하다.

산업자원부장관은 “대ㆍ중소기업 간 상생협력이 대기업 경쟁력 제고에 기여한다”는 말로 이날 회의의 의미를 설명했다. 결국 ‘대기업의 경쟁력 제고’를 위해 중소기업 지원을 내세운 것에 불과하다는 것을 정부 스스로 자인한 것이다. 대기업의 불공정거래 행태를 규제해 달라는 중소기업의 호소를 들을 줄 모른다면 정부가 ‘상생’을 거론할 자격은 없다.

송호창ㆍ법무법인 덕수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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