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베레스트 정상 부근에서 셰르파들에 의해 죽은 줄 알고 버려졌던 호주 산악인 링컨 홀(50)의 극적인 생환이 커다란 화제다. 두 다리 모두 의족을 한 뉴질랜드 산악인 마크 잉글리스(47)가 지난 15일 세계 각지에서 온 40여명의 산악인들과 함께 에베레스트 정상 정복을 눈앞에 두고 산소 부족으로 숨져가는 영국 산악인 데이비드 샤프(34)를 만났으나 할 수 없어 그냥 둔 채 등반을 계속했다고 밝혀 논란이 벌어진 지 1주일만의 일이다.
홀은 25일 에베레스트 정복 후 하산하다 고산병으로 의식을 잃고 쓰러졌다. 함께 등반했던 셰르파들은 그를 구조하려고 안간힘을 다했으나 숨을 거둔 것으로 알고 베이스캠프에 보고한 뒤 홀을 눈 속에 버려둔 채 하산해 버렸다.
이튿날 미국인 댄 마주어(45) 등 3명은 정상 밑 150㎙ 부근 바위에 가부좌를 틀고 앉아있는 홀을 발견했다. 기이한 광경에 놀란 이들이 다가가자 홀은 "이런 곳에서 나를 보고 많이 놀랐을 것"이라고 농담까지 했다.
마주어 등은 홀이 고산병으로 인해 제정신이 아니라는 것을 곧 알 수 있었다. 방한모자는 물론 옷도 제대로 걸치지 않은 그는 동상으로 손가락도 모두 엉망이었다. 등산 장비도 없었다. 그가 죽은 줄 알고 셰르파들이 모두 가져가 버렸기 때문이었다.
마주어 일행은 우선 홀에게 산소를 나누어주고 따뜻한 차를 마시게 한 뒤 위성전화로 구조대에 지원을 요청, 홀을 산 아래로 옮겼다. 마주어는 "우리들은 그 친구를 해발 8,600㎙ 지점에서 보았는데 그를 구조하기 위해 정상 정복을 포기했다"고 말했다.
홀은 28일 베이스캠프가 있는 5,200㎙ 지점까지 내려와 러시아 의사의 진료를 받았다. 진료 후 홀은 고산병으로 기억이 헷갈리는 와중에도 자신이 죽은 줄 알고 있던 가족들에게 생존 소식부터 알렸다.
한편 호주 언론들은 유명한 홍보 전문가 맥스 막슨 등의 말을 인용해 “호주인들은 영웅적인 얘기에 흥미가 많은 만큼 홀의 생환 스토리는 수십만 달러의 가치가 있다”며 그가 돈방석에 앉을 것이라고 보도하기도 했다.
전성철기자 foryou@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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