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표율을 높여라.’
5ㆍ31 지방선거 투표율이 사상 최저 수준에 머물 것으로 예상되자 선거관리 당국이 유권자 관심 끌기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모범 유권자에게 경품으로 지급하기로 하는 등 기발한 아이디어를 총동원하고 있지만 유권자들의 분위기는 아직도 냉냉하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첫번째 작전은 선물공세. 3대 이상 전 가족이 투표한 세대 중 평균연령이 가장 높거나 낮은 세대와 최다 투표 가족 등 전국 시ㆍ군ㆍ구 선관위 단위로 모범유권자 1,335명을 선발, 10만원 상당의 상패와 20만원짜리 상품권을 제공키로 했다. 또 정치포털사이트에 지역후보자와 투표소 찾기 코너를 이용한 사람 가운데 추첨을 통해 세탁기 디지털카메라 로봇청소기 전자수첩 등을 시상할 예정이다.
유권자들의 눈길을 사로잡기 위해 최근에는 사상 처음으로 독도에서 부재자투표를 실시했다. 또 배우 김주혁과 올해 19세로 투표권을 처음 갖게 된 문근영이 찍은 ‘뷰티풀 데이(Beautiful Day)’ 광고, 휴대폰 컬러링 등을 통해 투표를 독려하고 있다. 교육인적자원부를 통해 초등학생이 학부모와 함께 투표장을 찾아 체험담을 쓰도록 요청하는 가정통신문을 발송하고 있으며, 투표 당일인 31일에는 전체 유권자(3,706만4,282명) 중 54%에 이르는 2,000만명에게 투표참여를 독려하는 휴대폰 문자메시지를 보내기로 했다.
지역선관위도 아이디어를 쥐어짜고 있다. 부산시선관위는 28일부터 5톤 트럭에 ‘투표참여 이동홍보단’을 태워 시내 곳곳을 누비도록 하고 있다. 홍보단은 남포동 등 시내중심가에서 꼭짓점 댄스와 타악공연으로 시민들의 시선을 끈 후 게릴라식으로 투ㆍ기표 방법을 알리고 있다.
30일 서울의 한강과 부산 해운대해수욕장, 전북 전주시 등 주요도시 상공에는 ‘투표부터 하고 봅시다’라는 문구가 적힌 비행선이 뜨고 대구 신천에서는 패러글라이더들이 하늘을 날며 투표참여를 독려한다. 시흥시선관위는 승마회의 지원을 받아 6필의 말을 동원, 시내를 행진하면서 한표를 호소하고 있고, 광주시선관위는 27일 프로축구 전광판에 ‘5ㆍ31 투표하고 독일로 가자’라는 글을 띄우고 축구선수 사인볼도 증정하기도 했다.
정부는 내년 대통령선거부터 투표복권을 도입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투표용지에 일련번호를 매긴 후 추첨을 통해 순위별로 돈이나 상품권 등을 주는 방안이나 반대여론도 만만치 않아 실현 가능성은 미지수다.
중앙선관위 사이버홍보담당 손광윤(47) 사무관은 “이번 선거를 앞두고는 유권자들끼리 흔히 해보던 당선자 맞히기 내기마저 사라질 정도로 관심이 없다”면서 “투표율을 높이기 위한 모든 수단을 가동 중이지만 유권자들의 의식이 바뀌지 않는 한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대구=전준호기자 jhju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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