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가 없는 기부금인데 누가 주면 어떻겠어요."
황라열 서울대 총학생회장의 도덕성이 도마에 올랐다. 성인 도박게임 프로그램을 제작해온 회사로부터 5,000만원의 기부금을 받기로 한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더구나 황씨는 이 회사의 홍보담당을 맡은 팀장급 직원이다. 회사의 이미지 개선을 위해 캠퍼스의 순수성을 이용했다는 비판이 제기되는 이유다.
황씨는 "돈을 어떻게 벌었는가 보다는 어떻게 쓰는지가 중요하지 않느냐"고 항변했다. 학생에게 돌아가는 복지 혜택이 우선이라는 얘기다. 그는 "회사측은 정식 스폰서로 이름을 걸고 수 억원을 지원하려고 했지만 학생들의 거부감을 감안해 만류했다"고 해명했다. "한 학기에 9,000원에 불과한 학생회비 납부율이 50%도 되지 않아 학생회 운영비가 턱없이 부족하다"는 설명도 잊지 않았다.
황씨의 주장은 씁쓸한 뒷맛을 남긴다. 기부금 모금 액수로 총장의 유능함을 평가할 만큼 대학사회에 기부금 문화가 만연해 있다지만 학생회 운영을 위해서라면 기부금의 출처를 가릴 것 없다는 총학생회장의 발상에서 학생다운 순수성을 찾기 어렵다.
게다가 황씨는 선거 때 밝힌 일부 이력이 허위로 드러나 사과까지 해야 했다. 그런데도 그는 "전 총학 간부들이 대행업체에 기업 후원을 일임하면서 뒷돈을 받았다"며 날을 세웠다. 어딘지 앞뒤가 맞지 않는 모습이다.
황씨는 총학생회장에 당선된 후 한총련을 탈퇴해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그는 "쇼라고 욕할지 모르지만 총학생회가 영원히 학생들로부터 멀어지는 것을 막기 위한 선택이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학생회장 스스로의 도덕성이 의심받을 때 그가 이끄는 총학생회가 학생들로부터 정당성을 인정받기 어렵다는 사실을 황씨가 먼저 깨닫기 바랄 뿐이다.
김광수 사회부 기자 rolling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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