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 주둔 미 해병대가 지난해 11월 작전 도중 민간인 20여명을 보복 살해한 것으로 드러났다. 미 당국의 조사결과에 따르면 미 해병대는 지난해 11월 이라크 서부 안바르주 하디타 마을에서 순찰 중 도로변에 매설된 폭탄에 의해 동료 대원이 폭사하자 인근 민가에 난입, 부녀자를 포함한 주민들을 무차별 살해한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미 해병대는 또 하디타 마을 민간인들이 저항세력과의 교전과정에서 사망했다고 허위 보고했다.
특히 해병대 자체 수사진이 확보한 현장사진은 피해자 가운데 일부는 머리와 등 부위에 총상을 입는 등 교전이나 폭탄에 의한 것이 아니라 처형 방식으로 살해됐음을 보여주고 있다고 워싱턴포스트 등 미 언론들이 27일 보도했다. 미 언론들은 하디타 마을 주민들의 목격담을 인용, 민간인 보복살해는 폭탄 폭발로 해병대 험비 순찰차량에 탔던 1명의 대원이 즉사하자 흥분한 다른 해병대원들에 의해 저질러졌다고 전했다.
피살된 이라크 주민은 모두 24명에 이르며 이들 가운데에는 어린이 6명과 여러 명의 여성이 포함돼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한 수사 관계자는 범행에 가담한 해병대원은 모두 10여명에 이르지만 직접 총격을 가한 병사들은 지휘자인 하사를 포함해 4명이라고 말했다.
아직 공식 조사 결과는 공표되지 않았으나 이번 사건은 이라크전 개전 이후 발생한 미군 범죄행위 가운데 아부 그라이브 수용소 포로 학대를 능가하는 최악의 사례가 될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미군 당국은 중간 수사상황을 25일 일부 의회 의원들에게 브리핑했으며 의원들은 조사결과에 상당한 충격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해군범죄수사대는 30일 내에 정식 조사보고서를 의회에 제출할 예정이다.
워싱턴=고태성특파원 tsg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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