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론 사태의 충격으로 미국에서 강력한 기업비리 방지법이 마련된 2002년 7월 이후 비리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은 경영진이 300명이 넘는 것으로 집계됐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6일 법무부 통계를 인용 “2002년 이후 기업비리와 관련 1,000여건의 유죄 판결이 내려졌으며 이 중 319건이 경영진에 대한 것”이라고 전했다.
부사장이 102명으로 가장 많았고, 사장(85명) 최고경영자(CEOㆍ82명) 최고재무책임자(CFOㆍ36명) 최고업무책임자(COOㆍ14명)가 뒤를 이었다. 이들 중에는 아델피아 커뮤니케이션스의 창업자 존 리가스와 그의 아들 티모시, 타이코 인터내셔널의 데니스 코즐로스키 전 CEO, 월드컴의 버나드 에버스 CEO, 마사 스튜어트 리빙 옴니미디어의 마사 스튜어트 CEO 등이 포함돼 있다.
형량도 무거워졌다. 에버스는 기업비리와 관련한 9개 혐의에 대해 각각 25년~종신형을, 코즐로스키는 23개 혐의에 대해 8년4개월~25년형을 선고 받아 평생을 감옥서 보내게 됐다. 2002년 7월~2005년 3월 기업비리 책임자들에게 선고된 손해배상액, 벌금 등을 합친 금액이 23억4,000만달러(약 2조2,100억원)에 달한다.
엔론의 케네스 레이 전 회장과 제프리 스킬링 전 CEO에 대한 선고는 9월 11일에 내려질 예정이지만 법무부의 엄벌 의지와 7,000만달러에 달하는 소송 비용 등을 고려할 때 이들도 여생을 감옥에서 보내는 것은 물론이고 남은 재산까지 날릴 것으로 보인다. 5,700만달러의 자산을 아직 소유하고 있는 스킬링은 내부자거래로 팔아치운 엔론 주식으로 획득한 1,500만달러를 압수당하는 것과 아울러 주주들에 대한 손해배상, 벌금 등으로 빈털터리가 될 전망이다.
2001년 엔론 파산 때 4억달러에 달했던 레이 전 회장의 재산은 엔론 주식이 휴지 조각이 되고 1,000만달러짜리 초호화 주택도 보석금 때문에 저당 잡히면서 현재 65만달러에도 미치지 못한다. 형사재판 뒤 약간의 재산을 남긴다 해도 전 주주들이 소송을 낼 가능성이 커 결국은 빈손이 될 것이 확실하다.
김신영기자 ddalg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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