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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나무 박기' 충남도청 이전예정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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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나무 박기' 충남도청 이전예정지

입력
2006.05.29 0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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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룻밤에 수천 그루씩 묘목을 심어놓고 사라지는데 당해낼 수가 없네요.”

28일 충남도청 이전 예정지인 홍성군 홍북면 신경리. 1,500여평의 밭에는 새끼손가락 굵기의 느티나무 등 묘목 수만 그루가 15∼20㎝ 간격으로 촘촘히 심어져 있었다. 묘목의 간격이 너무 좁아 한 눈에 봐도 정상적인 묘목장이 아님을 알 수 있다. 밭 앞에 선 충남도 관계자는 “인근 예산군 삽교읍도 사정은 마찬가지”라며 혀를 내둘렀다.

2월 홍성ㆍ예산 일대 900여만평이 도청 이전 예정지로 확정되고부터 멀쩡한 논밭이 묘목장으로 변하고 있다. 자고 일어나면 묘목으로 채워지는 배추밭 고구마밭이 부지기수다. 논밭 소유자들이 더 많은 보상을 노리고 묘목을 심기 때문이다.

올해 초만해도‘나무 박기’는 외지인 소유 토지를 중심으로 이루어졌으나 최근 들어서는 일부 현지 주민까지 가세했다. 일부 밭에는 보상가가 훨씬 높은 인삼이나 더덕 같은 다년생 농작물까지 심어져 있다.

충남도는 도청 이전 예정지 발표 직후 이 지역의 건축 토지이용 식목 등 개발 행위를 제한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예정지 발표 이후부터 최근까지 이 일대 논밭에 보상금 목적으로 의심되는 묘목이 21만 그루나 심어졌다. 면적은 수 만평에 달한다.

멀쩡한 논밭에 무더기로 묘목을 심는 이유는 묘목 보상에 기대 심리 때문이다. 묘목 가격은 그루당 1,000∼2,000원에 불과하지만 평당 50∼100여 그루를 촘촘하게 심어 놓을 경우 묘목 보상이 토지보상비를 웃돌 수도 있다. 보상 시기인 내년 하반기까지 묘목이 잘 자랄 경우 보상가는 더욱 올라간다.

내년 3월 도청 이전 예정지에 대한 지정ㆍ고시가 이뤄지면 묘목을 못 심게 하는 강제 행정조치가 가능하지만 그 이전에는 묘목을 심어도 처벌할 수 없다. 다만 행정지도만 가능하다.

일반 주민들은 보상금을 노린 나무 심기로 도청 이전 예정지 주변 토지개발지역의 개발 원가가 상승할 것을 우려하고 있다. 주민들은 자신이 원할 경우 땅을 내준 뒤 개발 후 지구 내 땅을 구입하는 ‘협의택지 재매입’을 할 수 있는데 개발 원가가 오르면 나중에 땅 재매입가가 오르게 된다.

주민 김영권(67ㆍ홍성군 홍북면)씨는 “얼굴 한 번 내밀지 않던 외지인 지주가 어느 날 갑자기 나타나 소작인들이 모내기나 모종하려는 논이나 밭에 수천그루씩 묘목을 심어놓고 사라진다”며 “여기에 일부 현지 지주들까지 가세해 걱정”이라고 말했다.

충남도는 묘목 심기에 따른 보상 시비를 차단하기 위해 순수 묘목값은 보상하지 않고 나무 이식비용과 인건비 등 최소비용만 보전해준다는 방침을 세웠다. 또 보상 관련 증빙자료 확보를 위해 항공촬영을 실시하고 전문 단속요원도 배치했다.

충남도 관계자는 “매달 한 차례 이상 항공사진을 촬영, 예정지 보상금을 산정하는 보상협의회에 증거자료로 제출키로 했다”며 “묘목을 심어 본전도 못 건지는 낭패를 볼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이준호 기자 junho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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