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진의 직격탄을 맞은 인도네시아 자바주의 족자카르타시 반툴지역은 폭격 맞은 것처럼 하루 아침에 폐허의 도시로 변했다.
시내 대부분의 건물과 가옥이 무너져 잔해가 어지럽게 널려있고, 크고 작은 피해를 본 인근 병원에서도 자리가 없어 바닥에 피를 흘리며 신음하는 환자들로 북적거려 아비규환 그 자체다.
하지만 지진발생 이틀째인 28일 각국의 구호팀들이 속속 도착하면서 잔해 속에 깔린 부상자들의 구호활동에 나섰고, 주민들은 쓸만한 물건을 건지기 위해 무너진 집안을 뒤지는 등 재기의 꿈이 하나 둘씩 피어 오르고 있다.
지진 순간
대부분 사람들이 잠든 시각에 발생한 이번 지진은 그야말로 청천벽력이었다.
18년 동안 반툴지역에 사는 빈센트 메어(42)씨는 “잠을 자는데 갑자기 집이 요동쳐 깼더니 곧바로 천장이 무너져 집 밖으로 뛰쳐나갔다”며 “메라피 화산이 폭발하는 줄 알았다”고 회고했다. 그는 “지진이 57초 동안 계속됐다고 하는데 그 시간이 하루가 넘게 느껴졌다”며 “살았다는 것만으로도 감사한다”고 말했다.
반툴지역 수렌 웨탄 마을의 푸르카시라는 이름의 60대 할머니는 “갑자기 집이 무너져 내렸는데, 다행히 하반신만 건물 더미에 깔려 살아날 수 있었다”며 “부엌에서 아침을 준비하던 언니는 신음하다 끝내 숨졌다”고 통곡했다.
쓰나미와 메라피 화산의 폭발 우려도 주민들에겐 또 다른 공포로 다가오고 있다. 지진이 발생한 27일 오후 쓰나미가 몰려오고 메라피 화산이 폭발한다는 소문이 떠돌면서 주민들은 고지대로 대피하느라 반툴지역 거리는 아수라장으로 변했다.
수실로 밤방 유도요노 인도네시아 대통령은 이날 현장을 찾아 피해자들과 텐트에서 밤을 지새우며 “화산 폭발은 없을 것”이라고 위로했지만 주민들은 여전히 공포에 질린 모습이다.
피해 현장
강진으로 집을 잃은 반툴지역 주민들은 이날 하늘을 가릴만한 공간도 찾지 못한 채 길거리나 논두렁에서 밤을 새거나 새우잠을 잤다. 그나마 남아 있는 건물도 무너질 지 모른다는 걱정에서다.
28일 날이 새자 무너진 집 앞을 찾은 한 40대 여성은 “집도 옷도 음식도 물도 아무것도 없는데 전혀 도움이 없다”며 “지진에선 살아 남았지만 앞으로 살아갈 게 더 걱정”이라고 한숨지었다.
병원은 지진 발생 이틀째에도 여전히 아수라장 그 자체다. 부족한 의료진과 시설,긴급 의약품 등으로 길가에 누워 기다리다 치료 한번 받지 못하고 죽어가는 환자들도 속출하고 있다.
현존하는 세계 최대의 불교사원으로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돼 있는 보로부두르 사원은 다행히 지진의 피해를 보지 않았으나, 역시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돼 있는 힌두교 최대 사원인 프람바난 사원은 일부 피해를 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또 족자카르타시에 있는 250㎾급의 카르티니 연구용 원자로도 피해 없이 완전한 상태라고 인도네시아 당국은 밝혔다.
활주로와 철로 등이 파손돼 운항이 중단됐던 여객기와 철도가 28일부터 일부 운항을 재개되면서 긴급 구조팀이 속속 피해현장에 도착하고 있다.
이들은 우선 건물 잔해에 깔려 있는 부상자 구조활동에 주력하고 있다. 하지만 잔해가 워낙 많이 쌓여 있어 구조작업에 애를 먹고 있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황양준 기자 naiger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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