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다른 차원의 축구를 구사했다.’
26일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전이 끝이 난후 AFP통신 등 외신들은 일제히 박지성(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을 타이틀로 내세워 이 같은 기사를 전세계에 타전했다. 3일전 세네갈전과는 완전히 달라진 한국팀에 대해 놀라움을 표시했고 아드보카트 감독도 ‘경기를 지배했다’며 만족해 했다.
아드보카트호는 박지성이라는 엔진을 달자 무섭게 질주했고, 경기의 75%를 지배했다. 지칠 줄 모르는 체력과 공간 창출 능력, 그리고 어떤 상황에서든 상대의 압박수비를 뚫고 올리는 크로스까지…. 4년 전보다 한층 진화한 그의 플레이는 아드보카트호에 신바람을 불어넣었고, 우리와 상대할 G조국에게는 쇼크를 주기에 충분했다. 태풍의 눈으로 부상한 박지성 효과를 짚어봤다.
● 스리톱 공격의 시발점
한국의 기본 공격 포메이션은 스리톱. 측면 돌파에 이은 크로스로 상대진영에서 골을 노리는 공격적인 전술 운영이다. 넓은 시야와 정확한 패스, 그리고 순간 돌파 등 3박자를 모두 갖춘 박지성이 공격의 핵심이라는 의미다.
세네갈전과 비교해 한층 날카로운 공격이 이뤄졌던 이유는 박지성을 축으로 미드필드 플레이가 살아났기 때문. 미드필드 중앙에서 볼 배급이 원활해지자 이천수의 스피드와 설기현의 돌파가 힘을 발휘했다. 안정환과의 2대1 패스를 앞세운 중앙공격도 위협적이었다. 실제로 보스니아전에서 2골 모두 박지성의 발끝에서 시작됐을 정도로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했다.
● 중앙에서의 공간창출
박지성이 저돌적인 돌파로 상대 진영을 파고 들면 2~3명의 수비수들이 달라붙을 수 밖에 없다. 이 순간 미드필드 중앙에 커다란 공백이 생기고 두 명의 수비형 미드필더(더블 볼란테)가 올라와 공격찬스를 만들 수 있다.
보스니아전에서 더블 볼란테였던 이을용이 종횡무진 그라운드를 뛰어다니며 활약할 수 있었던 것도 이 때문이다. 순간 상대 수비수들이 최전방으로 몰리면서 공격숫자가 줄어들었고, 양쪽 윙백에서 오버래핑(공격가담)도 활발해졌다.
● 심리적 안정효과
아드보카트호에서 박지성은 브라질의 호나우두, 이탈리아와 토티 같은 존재감을 느끼게 한다. 훈련기간 내내 선수들은 박지성에 대해 “세계적인 선수라 기대가 크다”, “그와 같이 있으면 플레이가 쉽게 된다”며 신뢰를 아끼지 않았다.
박지성은 태극전사들의 자신감을 그라운드에서 실현하는 주체인 동시에 플레이를 이끄는 리더인 것이다. 실제로 아드보카트호 출범이후 박지성이 출전한 경기에서는 단 한번도 지지 않았다.
손재언기자 chinas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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