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매 시장을 보면 돈이 보인다.’
경매가 자산 증식의 수단으로 인기를 끌면서 전성시대를 맞고 있다. 중고 자동차나 일상 생활 용품을 시세보다 저렴하게 살 수 있는 생활형 경매와는 달리 재테크 수단으로 활용이 가능한 부동산 법원경매나 미술품 경매 등으로 시중자금이 빠른 속도로 유입되며 새로운 투자 흐름이 생겨나고 있는 것이다.
법원 경매, 시세차익 장점
부동산 경매가 자산가들 사이에서 활기를 띄는 것은 시세보다 싸게 매입할 수 있는 장점이 있기 때문이다. 주택ㆍ토지거래허가 등의 각종 규제를 피하면서도 부동산을 취득할 수 있는 것. 최근 고액 자산가들이 경매를 선호할 수밖에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재테크 수단으로 경매가 각광을 받으면서 경매 참여 인구도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부동산 경매가 일반에 대중화한 것은 국제통화기금(IMF) 체제 이후 2000년부터. 당시 부동산 경매 참여 인원은 연간 20만명 가량에 그쳤다. 하지만 지난해에는 50만명에 달했고 올해는 60만명에 이를 것으로 경매 업계는 추산하고 있다.
올 들어서도 낙찰률(입찰 건수 대비 낙찰 건수 비율)과 입찰경쟁, 낙찰가율(감정가 대비 낙찰가 비율) 등 모든 경매 지표가 강세를 보이고 있다. 정부가 지목한 ‘버블 세븐’의 대표 지역인 서울 강남아파트의 경우 낙찰가율이 올 초 81.26%에서 지난 주 92.52%까지 올라갔다. 낙찰률도 같은 기간 20.41%에서 66.67%로 3배 이상으로 뛰었다.
최근 정부의 잇단 부동산 버블 붕괴 경고에도 불구, 서울 강남권의 주택은 감정가를 훨씬 웃도는 높은 가격에 낙찰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법원 경매의 경우 투자 메리트가 여전히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서초구 잠원동 신반포아파트 37평형은 23일 실시된 경매에서 감정가(5억원)의 146%인 7억3,000만원에 낙찰됐다. 강남구 신사동의 4층짜리 근린상가도 앞서 16일 경매에 부쳐져 감정가(12억6,161만원)의 131%인 16억5,360만원에 새주인이 가려졌다.
디지털태인 이영진 부장은 “부동산 경매는 이미 명실상부한 재테크 수단으로 자리매김을 했다”며 “최근 유수의 대학이 경매 업체와 협동으로 강의를 개최하고, 금융회사나 정보업체들이 잇따라 경매 강좌를 개최하는 것도 경매 재테크의 인기를 방증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비과세 혜택으로 미술 경매 부상
미술품 경매 시장도 최근 새로운 재테크 수단으로 인기를 끌자 자산가들의 발길이 늘며 호황을 누리고 있다.
미술 경매시장의 주요 지표인 낙찰률은 2004년 51% 수준에서 지난해 63%, 올해는 5월 중순 현재 73%까지 치솟았다.
미술품 경매회사 서울옥션이 올 들어 두 차례 연 경매에서 낙찰액은 모두 127억원에 이른다. 이 회사의 지난해 낙찰 총액 120억원을 이미 넘어섰다.
K옥션이 지난달 19일 연 미술품 경매에서는 총 125점 가운데 117점이 새 주인을 만나며, 낙찰률이 무려 93.6%에 달했다.
K옥션 양경희 팀장은 “미술 경매에 대한 저변이 확대되는 추세”라며 “초기 미술 경매는 대부분 소수의 고액 자산가들을 중심으로 이뤄졌지만 최근에는 일반인들이 경매에 적극적인 관심을 보이며 낙찰률도 올라갔다”고 말했다.
특히 북한 미술품은 독특한 미술 경매 아이템이지만 우리나라의 북남교역과 북한이 공동 운영하는 조선 미술품 경매 사이트에서는 작품이 없어서 못 팔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다.
지난해만 하더라도 북한 최고급 예술가들의 작품도 불과 몇 만원 선에서 팔린 게 고작이었지만 최근에는 입소문이 퍼져가며 수백만원대의 고가에 낙찰되는 작품도 크게 늘었다.
북남교역 박영복 대표는 “해외에서 주목을 받은 북한 작가의 작품인 경우 시세차익을 노린 일반인들의 경매 참여가 집중되고 있다”며 “그림 투자가 활발해지는 것은 양도시 차익에 대한 과세가 전혀 없는 만큼 부동자금의 새로운 운용 대안으로 미술품 재테크가 부상하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미술 경매를 주제로 한 실무 강의도 성황이다. 최근 삼성경제연구소가 개최한 미술품 투자 강의에도 수많은 인파가 몰리며 미술 경매에 대한 뜨거운 열기를 보여줬다.
전태훤 기자 besam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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