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스위스가 아프리카 강호들과 나란히 평가전을 치렀다. 한국은 23일 세네갈과, 스위스는 28일(한국시간) 본선 진출국 코트디부아르를 상대했다. 스위스는 전반 32분 미드필더 트랑킬로 바르네타가 선제골을 넣었지만 후반 2분 에메로스 파예에게 동점골을 허용, 1-1로 비겼다.
전적은 같지만 보다 많은 것을 얻은 팀은 한국이다. 한국은 주전 선수들이 대거 빠졌기 때문에 약점을 크게 노출하지 않았고, 스위스는 사실상의 베스트11을 내세웠다. 특히 전반 45분은 스위스의 전략이 그대로 드러난 시간이었다.
스위스는 3월 1일 스코틀랜드와의 경기 때와 마찬가지로 조직적인 미드필드 플레이를 통해 상대를 압박했다. 공을 갖지 않은 선수들의 움직임이 좋아 2대1 패스를 통해 공간을 창출해 나가는 장면이 돋보였다. 2선에서 전방으로 길게 찔러주는 공간 패스의 위력 또한 수준 이상이었다.
상당히 위협적으로 느껴지는 부분이다. 반면 수비수들의 상대적으로 느린 스피드는 여전한 약점이다. 필립 센데로스-파트릭 뮐러의 높이와 몸싸움은 두렵지만 이천수-설기현-정경호 등이 순간적인 스피드를 활용해 측면을 파고들 경우 열린 공간을 찾아낼 수 있을 것 같다.
중거리슛을 적절하게 시도하는 것도 약이 될 것이다. 더욱이 스위스는 양쪽 수비수들 키가 185cm를 넘는다. 신은 공평해서 큰 선수에게는 스피드까지 주지 않는다. 이와 관련해 스위스가 코트디부아르 전에 내세운 선발 명단을 주의 깊게 볼 필요가 있다. 첫 번째 포인트는 발론 베라미의 선발 오른쪽 수비수 기용이다.
이탈리아 1부 리그 라치오에서 주전 미드필더로 활약 중인 베라미는 스 교체멤버로 시작해 점차 출전시간을 늘려오다 최근 2경기에서는 연속 선발 출전했다. 그는 상당히 공격적인 스타일이다. 이탈리아 리그에서 ‘파울 많이 당한 선수’ 상위 10명에 포함될 만큼 볼을 보유하고 있는 시간도 길다. 수비수로 나온다 할지언정 공격적인 성향을 숨기기란 쉽지 않다. 측면 공격에 비중을 높게 둘 경우 기존의 주전 오른쪽 수비수인 필립 데겐 대신 선발로 나올 가능성이 크다.
또 하나는 골게터 알렉산더 프라이의 복귀다. 부상으로 6개월간 대표팀에 합류하지 못했던 프랑스 리그 득점왕 출신의 프라이는 이날 ‘영혼의 짝’ 마르코 슈트렐러와 함께 최전방에 나섰다. 어린 시절부터 스위스 명문 바젤에서 함께 자란 두 선수는 호흡이 척척 맞는다. 180cm가 안 되는 프라이와 195cm의 장신 슈트렐러는 체격적인 면은 물론이고 플레이 스타일 면에서도 궁합이 맞는 투 톱 콤비다.
요한 폰란텐이 부상으로 빠진 공격진 사정을 감안하면 코비 쿤 감독이 가장 우선적으로 고려할 카드다. 결국 김남일-이을용-박지성으로 구성된 한국 중원 삼각편대의 역할이 더 중요해진다. 이들이 원터치 패스로 공격을 전개하는 스위스의 맥을 얼마나 끊느냐에 따라 승패가 갈릴 공산이 크다.
서형욱 MBC축구해설위원, 엠파스 토탈사커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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