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양의 우화적 연극 두 편을 보며 우리 시대를 생각해 보는 건 어떨까.
사막을 지나던 의사가 뜨거운 볕을 피할 속셈으로 수레 끄는 당나귀 그림자 속에서라도 쉬려 한다. 그러나 마부는 당나귀 그림자 값을 내놓으라고 닦달한다. 한국연극인복지재단이 올리는 ‘당나귀 그림자 재판’은 아등바등 싸우는 우리 모습을 비춘다.
싸움은 당나귀당으로 결집한 의사측, 이에 맞서 그림자당으로 나서는 마부측 사람들의 대결로 비화한다. 연극은 공존이 가능한 것인지를 물으면서도, 몰래 사랑의 싹을 틔우고 있던 의사의 아들과 마부의 딸에게서 가능성을 보게 한다. 단순한 주제 같지만 원작자인 독일 소설가 크리스토프 마틴 빌란트의 치밀한 묘사 덕에 우화의 차원을 넘는다.
이 연극은 재단법인 한국연극인복지재단(이사장 박정자)의 기금 마련을 위해 벌어진다. 저명 인사들이 흔쾌히 카메오로 등장하는 것도 그래서다. 김명곤 문화관광부 장관은 의사측의 설비조합 이사로, 강지원 변호사와 박찬숙 의원은 대법관으로, 이종덕 성남아트센터 사장은 운송협회장 등으로 깜짝 출연한다. 연출 장두이, 정재진 최주봉 등 출연. 6월 9~13일 아르코 예술극장 대극장. (02)762-0810
● 국립극단 '귀족 놀이'
佛국립연극센터 에릭 비니에 연출
이에 앞서 국립극단은 17세기 프랑스 귀족들의 생활을 그린 몰리에르의 고전 ‘귀족 놀이(원제 ‘귀족 수업’)’를 공연한다. 35세에 프랑스 국립연극센터 최연소 소장으로 임명된 연출가 에릭 비니에(46ㆍ부르타뉴 국립연극센터 소장)가 22일 내한, 국립극단 배우들과 호흡을 맞추고 있다.
이번이 다섯번째 내한인 그는 의상과 분장은 물론, 바로크 음악까지 국립국악관현악단의 연주로 재해석하는 등 기대를 모으고 있다. 비니에는 2004년 프랑스에서 한국화한 ‘귀족 놀이’를 올려 객석 점유율 90%라는 반향을 불러 일으켰다.
9월 14~10월 7일은 프랑스로 역수출, 파리 오페라 코믹 극장 등지에서 모두 15차례 공연될 예정이다. 한불 수교 120주년 기념 사업의 일환으로 펼쳐지는 무대이기도 하다. 이상직 조은경 등 출연. 6월 3~11일 국립극장 달오름극장 (02)2280-4115~6
장병욱기자 aj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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