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과 토니 블레어 영국 총리가 25일 “이라크와 관련한 실책이 있었다”고 인정했다.
이라크전을 정의의 전쟁이라고 주장했던 이들이 여론을 의식해 처음으로 잘못을 인정한 것이다.
부시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블레어 총리와 회담 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우리가 바라는 방식으로 모든 것이 전개되지는 않았다”면서 “무고한 사람들이 매일같이 희생된다는 사실에 대해 미국 국민들은 무척 괴로웠을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포로 학대 문제로 시끄러웠던 바그다드의 아부 그라이브 수용소에 관해서는 “가장 큰 잘못이었고 매우 오랫동안 대가를 치러야 했다”고 잘못을 시인했다.
“(오사마 빈 라덴을) 생사 여부와 상관 없이 무조건 잡아들일 것”, “(이라크 민병대는) 덤빌 테면 덤벼라” 같이 9ㆍ11 테러 이후 보였던 ‘카우보이식 언사’에 대해서도 “오해를 불러올 소지가 있었다”며 잘못을 인정했다.
블레어 총리는 민주 정부 구성 과정의 조급함이 피해를 확대했다고 밝혔다. 바그다드 함락 직후 대안 없이 사담 후세인 정부를 해체한 것이 치안 공백으로 이어졌고, 그 사이 반군이 무기를 사 모으며 세를 불려갔다는 것이다.
이목이 쏠렸던 미국 주도의 다국적군 철수 일정에 대해서는 “새 정부가 강력한 힘을 갖고 평화를 유지할 수 있을 때까지”라는 이전 입장을 고수했다. 최근 몇몇 언론이 “올해 말까지 13만1,000명인 미군을 10만명으로 줄일 것”이라고 보도한데 대해서도 부시 대통령은 “언론의 추측일 뿐이며 현장 사령관들과 철군 시기를 논의하지는 않았다”고 못박았다.
이라크 주권 정부가 20일 출범했음에도 부시 대통령과 블레어 총리의 입지는 갈수록 줄어드는 모양새다. 영국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명분 없는 전쟁으로 목소리를 잃어가는 두 지도자를 ‘약(弱)의 축(axis of feeble)’이라고 비꼬았다.
김신영기자 ddalg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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