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이즈미 개혁’의 총결산이라 할 수 있는 행정개혁추진법이 26일 일본 국회에서 통과됐다. 집권 이후 줄곧 “성역 없는 구조개혁”을 표방하며 강도 높은 개혁을 추진해온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총리가 9월 퇴임 이후에도 개혁이 지속될 수 있는 기틀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우정(郵政)개혁에 이어 또 한 번의 정치 승리를 이끌어 낸 셈이다.
일본 참의원은 이날 본회의에서 행정개혁추진법을 여당의 찬성 다수로 통과시켰다. 공공서비스 개혁법과 공익법인 개혁법 등 4개 관련법도 함께 가결했다.
간소하고 효율적인 정부를 만들기 위해 마련된 행정개혁추진법은 각종 정부 업무 개혁의 방향성과 일정을 제시한 개혁 매뉴얼이다. ▦국가공무원의 축소 ▦정부계 정책금융기관 개혁 ▦특별회계 개혁 ▦국가의 자산과 채무 정리 ▦독립행정법인 개혁 등 국가적 과제에 대한 10년간의 로드맵을 제시하고 있다. 고이즈미 총리는 “차기 총리가 이 방침에 따라 개혁을 실행해주기 바란다”며 ‘포스트 고이즈미’가 적극적으로 개혁을 계승해 줄 것을 촉구했다. 일본 정부는 정부계 금융개혁 실시법을 가을 임시국회에 제출하는 등 행정개혁추진법을 구체적으로 실행하기 위한 후속 조치를 신속하게 진행할 방침이다.
고이즈미 정권은 방만한 재정운영, 공무원 및 공기업의 비효율성, 선거를 위한 예산 배려 등을 ‘잃어버린 10년’이라 불리는 장기 경기침체의 주요 원인으로 보았다. 정부측 자원을 민간으로 돌리고 민간의 창의성과 경쟁력을 살려내 경제회복의 기관차로 삼겠다는 것이 고이즈미 개혁의 요체이다. 고이즈미 총리가 정권의 운명을 걸고 우정업무와 도로공단의 민영화, 각종 규제 완화, 경제특구 등을 추진하고 지방 재정을 개선하는 ‘삼위일체 개혁’ 등 총체적인 행ㆍ재정 개혁을 추진한 것은 이런 맥락이다.
그러나 행정개혁추진법의 장래를 낙관만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후속 법 제정 과정에서 관료와 정치인의 반발에 부딪힐 수 있다. 자민당 내에서 ‘각론 반대’ 목소리가 나오는 등 고이즈미의 개혁 드라이브를 혐오하는 반대 세력은 총리 퇴임 이후를 벼르고 있다. ‘포스트 고이즈미’ 후보들도 100% 개혁 계승자로 나설 것이라는 보장이 없다. 고이즈미 총리가 내심 후계자로 꼽는 아베 신조(安倍晋三) 관방장관은 최근 “격차를 느끼는 사람들이나 지역에 대한 배려가 필요하다”며 개혁의 일부 수정을 시사하기도 했다.
도쿄=김철훈특파원 chkim@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