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정구 동국대 교수에게 적용된 법령은 국가보안법 7조(찬양ㆍ고무 및 이적표현물 소지)다.
국가보안법 7조 1항은 “국가의 존립ㆍ안전이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위태롭게 한다는 점을 알면서 반국가단체 등의 활동을 찬양ㆍ고무ㆍ선전하는 자는 처벌한다”, 5항은 “이러한 내용이 담긴 표현물을 제작하거나 소지하는 자도 처벌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학계, 시민단체 등은 이들 조항에 대해 “사상의 자유를 제한하는 위헌적 조항”이라고 주장해왔지만 헌법재판소는 2004년 재판관 전원 일치로 합헌 결정을 내렸다. 하지만 국가보안법 폐지에 부정적인 한나라당조차 2004년 국가보안법 개폐 논란 당시 찬양고무 조항의 폐지에 동의할 정도로 의견이 분분하다.
26일 강 교수에게 유죄를 선고한 서울중앙지법 형사 14단독 김진동 판사는 이런 논란을 의식한 듯 “국가보안법 7조 1항, 5항은 국가의 존립ㆍ안전과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실질적 해악을 가할 위험성이 있는 경우로 제한하여 해석한다”고 밝혔다. 김 판사는 강 교수에 대해 ▦대한민국의 존재 및 존립의 영속성을 명백히 부정하고 있는 점 ▦북한의 주체사상과 대남적화혁명론에 동조하는 공격적인 주장을 펼치고 있는 점 ▦표현 방식에 있어서 학자의 입장에서 합리적인 논의를 위한 화두를 던진 것이 아니라 자극적이고 선동적인 방법으로 친북적인 주장을 했다는 점 등을 들어 강 교수의 주장이 ‘실질적 해악’의 위험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강 교수는 재판 과정에서 “학자로서 평생 연구한 내용들을 소신껏 발표한 내용들이며 일부에서 주장하듯이 북한에 전적으로 동조하거나 찬양하려는 의도가 아니었다”고 주장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하지만 김 판사는 “강 교수의 주장을 사상의 경쟁시장에서 논의하고 검증해 그 해악을 시정할 수 있을 정도로 우리 사회가 건강하고, 강 교수 주장의 위험성이 현실화할 가능성이 과거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아진 것 등을 감안했다”며 집행유예를 선고해 고심의 단면을 드러냈다.
강 교수에게 집행유예가 선고되자 일부 방청객들은 “집행유예가 뭐냐” “사형시켜야 한다”며 재판부에 격렬히 항의했다. 이들이 10여분간 법정 앞 복도에서 고함을 치며 항의한 탓에 강 교수는 구속 피고인들만 사용하는 법정 내부 통로로 법원을 빠져나갔다.
강 교수를 지지하는 학생, 시민단체 회원 50여명은 법원 서관 현관 입구에서 20여분간 “국가보안법 철폐하라”는 구호를 외쳤다. 보수단체 회원 10여명은 집회 현장 앞에서 “북한으로 가버려라”, “빨갱이 나라로 만들려고 하냐”고 소리쳤다. 이들은 강 교수 측 시위자들의 피켓을 빼앗으려다 법원 경비대원 등과 몸싸움을 벌이기도 했다.
최영윤 기자 daln6p@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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