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노총이 5ㆍ31 지방선거에서 중구난방식으로 후보를 지지하고 있다. 이 노조가 지금까지 지역본부별로 지지하겠다고 선언한 광역단체장 후보는 4명이다. 그 중 3명이 한나라당이고, 1명은 민주당이다. 지지의 공통된 근거는 당선 가능성이라고 한다. 산별 단체 전국택시노조연맹은 열린우리당을 지지하기로 했다. 지역본부별로 대의원대회나 조합원 여론조사 등 민주적 절차를 통해 지지 후보를 결정했다고 설명하고 있으나, 착잡한 감회를 떨치기 어렵다.
2004년 한국노총은 녹색사민당을 창당해 국회의원 총선거에 뛰어들었으나, 한 명의 당선자도 내지 못했다. 그 결과 지도부가 총사퇴하고 공중분해설까지 나도는 등 극심한 진통을 겪었다. 다시 2년 만에 주요 선거를 앞두고 지리멸렬한 자세를 보이는 것을 보면, 한국노총은 아직도 정치적으로 미숙한 채 표류를 계속하고 있는 것이다.
한국노총의 지지를 많이 거둬간 한나라당은 이제까지 노조보다는 기업에 가까운 정책을 펴 왔다. 노조원 개인으로서 한나라당을 지지할 수는 있으나, 조직이 당장의 당선 가능성을 보고 그 후보를 공개적으로 지지하는 것은 노조의 이념적 기반을 뒤흔드는 기회주의적 처사다. 그 배경에는 노조가 선거 후에도 지자체의 지원금을 계속 받으려면 당선 가능성이 높은 후보를 지지할 수밖에 없는 사정이 있다고 한다. 그러나 이는 노조의 도덕성을 부정하고 훼손하는 일이다.
민주노총과 비교할 때, 한국노총은 근래 개방적이고 합리적인 노사정 관계를 추구함으로써 국민의 기대를 받아왔다. 그러나 합리성을 추구하는 노조라 할지라도 양보해서는 안 되는 이념적ㆍ도덕적 원칙이 있다. 반면 한국노총 일부에서는, 산하 연맹이 민노당 지지 선언을 한 것을 가리켜 "조합원의 정치의식을 고양시키는 점에서 긍정적"이라고 평하고, 또한 내년 대선에서는 통일된 정치방침을 따르기로 했다고 전하고 있다. 정치적 무원칙을 반성하는 내부의 목소리가 존재하는 것이 그나마 다행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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