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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지배구조 해법은/ <하> 한국적 대안, 시장에 맡겨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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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지배구조 해법은/ <하> 한국적 대안, 시장에 맡겨라

입력
2006.05.27 0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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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0년대 후반 미국 경영학계의 최대 관심 주제는 ‘클랜(Clan) 조직’이었다. 클랜이 씨족, 일가를 가리킨다는 점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클랜 조직은 경영자와 종업원들이 가족처럼 똘똘 뭉쳐 일하는 일본 기업을 의미했다. 크라이슬러가 일본식 생산방법을 흡수해 소형차 네온을 출시하는 등 미국 기업은 일본 기업 따라 배우기에 열중했다.

그러나 1990년 중반부터는 상황이 역전됐다. 10년 장기불황에 빠진 일본 기업은 미국 기업의 관심대상에서 멀어졌다. 오히려 일본 기업들이 개인주의와 유연한 고용관행이 특징인 미국식 경영을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미국과 일본이 서로를 벤치마킹했듯이 지배구조에는 정답이 없다. 영미식 지배구조도 한국이 금과옥조처럼 맹종해 할 글로벌 스탠다드는 아니다. 선진국 역시 지역에 따라 지배구조가 판이하다. 북미와 유럽 선진국의 시가총액 20대 기업 가운데 불특정 다수에게 소유권이 분산된 비율은 평균 38%에 불과하다.

특정 가문이 경영권을 쥐고 있는 기업의 경영성과가 우수하다는 분석까지 있다. 미국의 경제전문 주간지인 비즈니스위크에 따르면 가족기업의 경영성과가 소유ㆍ경영이 분산된 기업보다 우수하다. S&P 500 지수에 편입된 미국 기업 중 가족기업의 이익증가율(21.1%)이 소유분산 기업(12.6%) 보다 뛰어났다. 매출증가율도 23.4%로 소유분산 기업(10.8%)보다 높았다.

영미식 지배구조가 한국 기업의 유일한 모범답안이 아니라면 대안은 뭘까. 재계 일부에서는 오너 일가의 경영권 세습을 위한 특별 조치를 주장하고 있다. 실제로 미국 유럽 등에서는 황금주, 차등의결권, 가족신탁회사제도 등 국내에 도입되지 않은 방법으로 경영권을 지키기도 한다.

포드 가문은 1956년 회사를 공개하면서 창업자 지분의 의결권을 주당 10표로 규정해 영향력을 유지하고 있다. 국내 재벌들이 가족경영의 모범사례로 꼽고 있는 스웨덴의 발렌베리 가문도 대주주의 1주는 일반 주식 1,000주의 의결권을 갖는 황금주 제도로 경영권을 보장받고 있다.

그러나 재벌 계열사 상당수가 상장된 상황에서 황금주나 차등의결권 도입은 외국인과 소액주주의 큰 반발을 불러 일으킬 수밖에 없다. 또 재벌에 특혜를 주는 제도에 대한 사회적 합의도 쉽지 않다.

이에 따라 한국 특유의 현실을 인정하고, 지배구조 결정을 시장 논리에 맡기자는 의견이 힘을 얻고 있다. 소수 지분의 오너가 계열사 순환출자로 경영권을 행사하는 현재의 지배구조는 기업 진화 과정의 산물인 만큼 자연스럽게 변화를 유도하자는 주장이다.

서울대 최종태 명예교수는 “경영권을 영구히 보장하는 특혜 수준은 안되지만, 재벌 일가에 기회를 주는 것은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그는 “새로운 제도를 도입하기보다 출자총액제한 등 과도한 규제를 풀어 시장의 감시 아래 국내 대기업이 지배구조를 구축할 수 있도록 하는 게 좋다”고 덧붙였다.

조철환 기자 chc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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