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인 10명 중 1명은 장애인이다. 우리나라도 등록 장애인만 200만 명에 육박한다. 그렇지만 주변에서 장애인을 발견하기란 쉽지 않다. 그들은 사회에서 ‘고립’돼 있고 ‘차단’돼 있기 때문이다. 정상인과는 모양도 행동도 ‘다른’ 사람들이지만, 그렇다고 마음까지도 ‘다르지는’ 않다. 모양만 정상인 사람들의 편견과 오해가 그들을 ‘다른’ 세상의 낯선 존재로 만들고 있을 뿐이다.
자기 이름도 읽을 줄 모르는 정신지체장애 엄마, 광장공포증이 있어 집 밖으로는 한 발짝도 나갈 수 없는 아줌마, 발달장애로 지능이 떨어지는 친구…. 열세 살 소녀 하이디가 매일 만나는 사람들이다. 엄마는 머리가 나빠 하이디를 돌보지 못한다. “시계도 볼 줄 모르고, 돈도 어떻게 쓰는 줄 모르는데다, 전화를 걸 줄도 몰랐다.” 그녀가 쓸 수 있는 말은 하이디, 안녕, 파랑, 예뻐, 따뜻해, 뽀뽀 등 23개 뿐이다.
하이디는 자신이 어디에서 태어났는지, 왜 다른 가족이 없는지 등이 너무 궁금하다. 특히 엄마가 내뱉는 ‘쑤우프’라는 말이 무슨 뜻인지 너무나 알고 싶다. 엄마는 그 뜻을 알고 있을 텐데, 대답할 줄을 모르니 너무 답답하다. 어느 날 우연히 발견한 낡은 필름 속에서 23장의 사진을 인화한다.
거기에는 임신한 엄마도 보이고 ‘뉴욕주 리버티 힐탑 요양원’이라는 간판 아래서 여러 명이 찍은 사진도 눈에 띈다. 하이디는 함께 사는 버니 아줌마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과거를 알기 위해 홀로 장거리 버스여행에 나선다. 우여곡절 끝에 힐탑 요양원에 도착한 그녀에겐 엄청난 비밀이 기다리고 있는데….
‘쑤우프’의 정체를 찾아가는 하이디의 여행담은 흥미진진하고 감동적이다. 섬세한 심리묘사도 뛰어나다. 청소년은 물론 어른들이 읽어도 좋겠다. 미국의 여류작가 사라 윅스가 쓴 이 책은 2004년 출간된 가장 훌륭한 책들 중 한 권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고재학기자 goindo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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