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선거전의 벼랑에 내몰린 열린우리당이 막판 카드로 내놓은 ‘싹쓸이 견제론’과 ‘지방 선거 후 정계 개편론’이 표심을 움직이는 변수가 될 수 있을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안될 것”이라는 의견이 우세하다. 정치권 관계자들과 여론조사 전문가들은 대개 부정적이고, 여당 인사들조차 고개를 갸웃댄다.
싹쓸이 견제론은 2004년 4월 총선에서 탄핵 역풍에 휩싸인 한나라당이 써먹은 적이 있다. “거대여당을 견제할 힘을 달라”는 한나라당의 호소는 선거 막판 유권자들의 표심을 적절히 자극했고, 결국 한나라당에게 예상을 웃도는 121석을 안겼다.
지금 여당의 호소는 그때 한나라당의 그것을 벤치마킹 한 셈이다. 하지만 정치권 관계자들은 “그때와 지금은 상황이 달라 여당의 싹쓸이 견제론이 통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한다.
정치 컨설턴트 박성민씨는 “영남 대 호남ㆍ충청 연합이라는 여야 대결구도에서 주(主) 전선이 무너져내리고 호남이 우리당 지지를 철회한 것이 현 판세를 만든 핵심 이유”라며 “주전선이 유지되는 상황에서, 다만 지지층이 지지 명분을 찾지 못했던 4월 총선 당시의 한나라당과는 처지가 다르다”고 분석했다.
미디어리서치 김지연 이사는 “의원 142명을 거느린 집권 여당을 누가 약자로 보고 ‘야당을 견제하게 해달라’는 주장에 수긍하겠냐”며 “유권자들이 여당에 대해 연민의 정을 느끼기는커녕 엄살부린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우리당 일각에서도 부정적 의견이 나온다. 한 의원은 “지금 문제는 국민이 야당 싹쓸이가 싫다 해도 이를 막기 위해 굳이 우리당을 찍어야 할 이유를 찾지 못한다는 데 있다”며 “싹쓸이 견제론은 국민으로부터 어이없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고 주장했다.
반면 정계 개편론의 경우 호남 표심을 자극해 여권 지지층의 막판 재결집에 긍정적인 효과를 줄 것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우리당의 한 의원은 “(정계 개편론은) 지방선거 이후의 정국 운영과 차기 대선을 반(反)한나라당 전선으로 치르겠다는 장기적 구상의 하나”라며 “지지자들, 특히 호남 지지층이 개편의 축인 우리당을 중심으로 다시 한번 뭉치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시기적으로 늦었다는 견해도 엄존한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 한귀영 연구실장은 “여당 지지 층 결집에 어느 정도는 영향을 주겠지만 판세를 바꾸기엔 역부족”이라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여당의원은 “정동영 의장이 그렇게 할 수 있겠느냐는 회의적 시각도 있다”고 전했다.
우리당과 정 의장이 선거가 끝나기도 전에 정계개편을 언급한 것이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박성민씨는 “우리당의 패배시인으로 비쳐질 수 있다”며 “전북 민심도 우리당이 끝났다는 판단 아래 선거 후 대안으로 고건 전 총리를 생각하고, 민주당쪽으로 지지를 바꿀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양정대기자 torch@hk.co.kr이동훈기자 dhlee@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