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M대우는 지난해 연말 지긋지긋한 골칫거리를 하나를 해소했다. 자사 경차인 마티즈의 외관에서 부품까지 그대로 베낀 모조품을 만드는 중국의 체리자동차와 타협안에 합의, 2년간의 법적 분쟁에 종지부를 찍은 것이다. 그러나 GM대우가 그간 치른 정신적, 경제적 타격은 되돌아보기도 싫은 악몽 그자체였다.
한 때 ‘모조품 공장’이라는 오명을 썼던 우리나라가 이제는 ‘짝퉁’의 희생양이 되고 있다. 우리 제품 수준이 향상돼 일부 제품은 세계적 명성을 얻는 명품 대열에 오르면서 역으로 불법 복제의 주 타깃이 되고 있는 것이다.
26일 산업자원부에 따르면 해외 모조품으로 인해 우리나라 기업들의 받는 수출 차질액이 연간 171억 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됐다. ‘주적’은 역시 중국이다. 지난해 특허청에 접수된 특허 침해 사례 34건 중 18건이 중국업체에 의한 피해였다.
그나마 모조품 제조업체의 실체가 명확했던 GM대우는 상대적으로 나은 편이다. 가짜 휴대폰과 에어컨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는 삼성전자와 LG전자는 특허전담부서를 설치해 현지 단속을 벌이고 있지만 제조업체 확인조차 쉽지 않은 실정이다. 조사 여력 조차 없는 중소기업들은 속수무책이다.
현재 동서식품의 커피 브랜드인 맥심 모카골드, 롯데제과의 빙과류, 엠피오와 레인콤의 MP3플레이어, 베이직하우스 등의 캐주얼 의류 등 무수한 국내 제품들이 불법 복제돼 중국시장에서 불법 판매되고 있다. 한류 열풍의 중심에 있는 한국영화와 드라마 DVD도 단돈 10위안(1,200원 정도) 정도면 구입할 수 있다. 옌벤 지역에는 진로의 ‘참이슬’을 베낀 ‘참일슬’이라는 소주가 버젓이 팔리고 있다.
중국산 모조품의 국내 유입과 해외 수출도 새로운 문제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실제 중국산 짝퉁 의류가 국내 인터넷 사이트에서 진품의 20~50% 가격에 판매되는가 하면, 가짜 국산 담배도 한 갑당 1,000원 안팎에 판매돼 노인층의 인기를 끌고 있다. 특히 최근 품질이 조악한 중국산 가짜 한국 제품들이 중동, 유럽, 남미 등으로 수출되면서 ‘메이드 인 코리아’ 브랜드 가치에 심각한 타격을 미치고 있어 대책마련이 시급하다.
사안이 심각해지자 정부도 팔을 걷어 붙였다. 정부는 26일 과천청사에서 한덕수 경제부총리 주재로 경제정책조정회의를 갖고 다음달 중으로 민관합동 일괄 대응체제를 구축하기로 했다.
산자부 문화관광부 정보통신부 통상교섭본부 등 정부 부처와 코트라 등 유관기관은 모조품 피해대책 정책협의회를 구성해 정부 차원의 대응방안을 마련하는 한편 무역협회에 피해대응지원센터를 설치해 민간 주도로 모조품 피해사례 수집 및 현지 단속 등 활동을 벌이게 할 방침이다. 해외 현지에서의 발 빠른 지원이 가능하도록 베이징 상하이 칭다오 해외공관에 전담관을 지정하고, 피해 규모가 큰 지역에는 특허관을 파견하는 방안도 검토하기로 했다.
박진석 기자 jseo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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