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인 121명을 태운 최초의 하와이 이민선이 호놀룰루에 도착한 것은 1903년 1월 13일이었다. 2년 뒤 을사조약으로 외교권이 박탈되고 일본이 제지할 때까지 65회에 걸쳐 7,000여명이 하와이로 떠났다. 조선의 청년들은 외롭고 낯선 그곳의 사탕수수 농장과 공사판에서 고된 나날을 보냈다. 송석순도 그 중 한 명이다. 1883년 경북 청송에서 태어난 그는 청운의 꿈을 안고 하와이로 떠났다. 그리고 그보다 13살이나 어린 전복필. 그는 잘 생긴 남자의 사진 한 장 들고 배에 몸을 실었다.
책은 두 사람이 하와이에서 만나 결혼하고 뿌리내리기까지의 과정을 그리고 있다. 결혼은 쉽지 않았다. 복필을 그곳으로 이끈 사진 속의 멋진 사람. 한 남자가 사진 속 주인공을 자처했으나 그는 잘 생긴 동료의 사진을 대신 보냈던 것이다. 복필은 낙담한 채 그곳에 머물다 우연히 석순을 만난다. 첫 아들을 잃는 등 어려움이 많았지만 이후 둘이 꾸리는 삶의 모습은, 비록 가난하기는 해도, 현재의 그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책에는 당시 현지 한인의 모습이 들어있다. 삼일절 기념 행사 때는 태극기와 성조기를 함께 게양하고 정치 문제를 토론했다. 기립해 애국가를 부르고 만세삼창도 했다. 아이들은 이 과정에서 부모와 선조의 나라를 다시 생각했으며, 때로는 일본인 급우와 어색해지기도 했다.
이민자들은 말도 안 통하고 부모 형제 없는 그곳에서 외로운 생활에 젖어 타락도 하고 고향으로 돌아오기도 했다. 그러나 송석순 전복필 부부처럼 열심히 일해 성공하고 자식 농사를 잘 지은 사람도 있다. 남다른 성실함과 높은 교육열이 비결이었다. 저자는 부부의 다섯째 자식으로 테네시대학 의대 교수를 지냈다. 낯선 땅에 어렵게 적응해간 우리 선조들의 하와이 이민사가 책에 녹아 있다.
박광희기자 kh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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