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탤리즈먼, 이단의 역사
그레이엄 핸콕, 로버트 보발 지음ㆍ오성환 옮김 / 까치 발행ㆍ2만5,000원
▲ 숨겨진 복음서 영지주의
일레인 페이절스 지음ㆍ하연희 옮김 / 루비박스 발행ㆍ1만800원
1793년 8월 프랑스 혁명 와중에, 바스티유 감옥 터에 고대 이집트 여신인 이시스의 대형 조상이 우뚝 섰다. 11월엔 기독교 폐지가 공식 채택돼 파리 주교가 신앙을 포기하고, ‘이성(理性)의 여신’숭배 행사가 노트르담 성당에서 열렸다. 이성의 상징은 이시스신에서 이어지는 프리지아(고대 터키) 모자, 혹은 태양이나 피라미드 안에서 묘사된 ‘모든 것을 보는 눈’이었다. 이성의 여신은 미국 뉴욕의 자유의 여신상으로, 모든 것을 보는 눈은 미국 1달러 지폐 뒷면에서 지금까지 생명을 잇고 있다.
1827년 파리 콩코르드광장에 이집트의 오벨리스크가 세워졌고, 미국 워싱턴DC 워싱턴기념탑도 오벨리스크 형태로 건설됐다. 20세기 들어 프랑스의 미테랑 대통령은 유리 피라미드를 완성했다. 프랑스 혁명 삼두파 중 당통과 마라는 프리메이슨 회원이었고, 미국 건국의 아버지 중 플랭클린, 워싱턴 등 상당수가 프리메이슨 회원이었다.
초고대 문명과 역사의 이면을 탐색해 온 그레이엄 핸콕과 로버트 보발 콤비가 이번엔 고대 비교(秘敎)에서 이어지는 비밀 조직의 역사와 그들의 거대 건축 프로젝트의 암호를 푼다.
저자는 비교의 자취를, 정통 기독교에서 이단으로 단죄했던 그노시스(영지주의), 마니교, 동유럽의 보고밀파와 서유럽의 카타리파에서 추적하기 시작한다.
이들은 선한 신과 악한 신이 있으며(이원론), 야훼 즉 정통 기독교의 신은 악한 신이라 규정한다. 예수는 육체를 가지고 태어나 인간의 죄를 대속하고 부활한 것이 아니라 선한 신의 투영, 환영으로 본다. 따라서 부활이란 있을 수 없고, 예수는 참된 영적 지식을 깨닫는 방법을 알려준 동반자적 스승으로 봤다. 이어 15세기 유럽에 소개된 이집트의 헤르메스 사상, 템플기사단, 장미십자회, 프리메이슨 등 비교와 비밀조직의 역사를 계속 더듬어 간다.
이들과 파리 워싱턴의 기념물, 도시 구조는 어떤 관계가 있는 것일까. 수천 년부터 어떤 계획을 가진 조직이 이어져 온 것은 아닐까. 저자들은 사실과 가설, 추리를 종횡으로 중첩해 ‘그럴 수 있다’고 한다. 물론 판단은 독자의 몫이다. 제목의 탤리즈먼(talisman)은 ‘의미’를 가진 물체란 뜻으로, 부적이나 반지처럼 작은 것일 수도, 동상이나 기념건축물, 혹은 도시 전체일 수도 있다.
초기 기독교의 그노시스적 흐름에 대해선 ‘숨겨준 복음서 영지주의’란 역작이 출간됐다. 1980년 전미비평가협회상 전미도서상 수상작으로 저자는 미 프린스턴대 종교학 교수다.
안준현기자 dejavu@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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