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구, 특히 미국이 알고 있는 동아시아에 관한 대부분의 것은 이 사람, 뚜웨이밍(杜維明)의 입에서 나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40년간 동아시아 연구의 본산인 미국 하바드대 옌칭연구소 소장으로 재직하며 서구학계의 동아시아학을 이끌고 있는 그는 서구 근대 문명의 폐해를 해결할 대안으로 유교윤리를 제시하며 ‘유학의 창신(創新)’을 주장해온 저명한 ‘신유학파’ 학자다.
그가 코피 아난 유엔사무총장의 초청으로 ‘문명의 대화’ 포럼에 참석한 2001년부터의 강연과 대담들을 묶은 ‘문명들의 대화’가 발간됐다. 새뮤얼 헌팅턴의 ‘문명충돌론’에 대한 일종의 반론으로 씌어진 이 책에서 그는 냉전 종식 이후 문명권 사이의 충돌 양상으로 재편되는 세계 체제에서 동아시아 문명권이 갖는 위상을 새롭게 정립하고, 유가정신을 문명간의 대화를 더욱 풍성하게 하는 자원으로 활용할 것을 강조한다.
세계를 ‘서구와 그 나머지’(The West And The Rest)로 분류하는 헌팅턴의 노골적 화법에 반대하는 뚜웨이밍은 “이제는 서양 외부의 지역이 서양 내부로 들어와 있는 ‘나머지 속의 서구’(The West In The Rest) 시대”라며 “서양의 자유 민주 독립 같은 이념들을 유학전통의 건강한 이념인 인, 의, 예, 지, 신 등과 결합시켜 계몽이념에 대한 반성을 진행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공존을 넘어 보다 안정적인 지구공동체의 건설을 위해 ‘문명들의 대화’를 역설하는 그의 주장은 마땅하고 지당하다. 하지만 유교정신을 바탕으로 한 타문명과의 대화가 어떻게 가능할지 그 구체적 방법론이 모호하다는 점에서 또 하나의 ‘공자왈 맹자왈’처럼 들리기도 한다.
박선영 기자 aurevoi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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