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기업지배구조 해법은/ (중) CEO에 달렸다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기업지배구조 해법은/ (중) CEO에 달렸다

입력
2006.05.26 00:08
0 0

‘그는 오만하다. 특히 자신에 대한 비판에 감정적으로 대응한다. 사업의 세부사항에 지나치게 간섭하고, 위기 상황에서는 사전 준비나 참모들의 도움을 받기보다는 자신의 판단과 직관에 지나치게 의존한다.’

누구에 대한 인물평일까. 우리나라 재벌 총수가 아니다. 바로 20세기 최고의 최고경영자(CEO) 가운데 한 사람으로 꼽히는 미국 GE의 잭 웰치 전 회장이다. 1981년 시가총액 120억달러에 불과했던 GE를 2001년 4,500억달러로 키운 웰치 회장이지만, 계열사 사장 시절 상사인 로이 존슨 부회장으로부터 혹평을 받았다.

GE의 지배구조는 한국 재벌과는 완전히 다르다. 지분은 철저히 분산됐고, 이사회는 명망가로 구성된 사외 이사들이 주도한다. CEO를 뽑는 방식은 더욱 민주적이다. GE의 CEO는 후임자 선발작업을 퇴임 6~7년전부터 시작한다. 최초에는 20명의 후보군으로 시작하지만, 매년 탈락시켜 3년 후에는 최후의 5명만 남긴다. 그리고 다시 3년간 5명을 치열하게 경쟁시켜 최후의 승자를 고르는 방식이다.

그렇게 뽑힌 웰치 회장이었지만, 행동은 민주적이지 않았다. 신사로 통했던 레그 존스 전임 회장과 완전히 달랐다. 황제경영으로 비판받는 이건희 삼성 회장이나 정몽구 현대ㆍ기아자동차 회장과 똑같은 모습이었다.

웰치는 현장 경영을 강조하고, 원가절감을 위해 회장직에 오르자마자 10만명을 해고, ‘중성자탄 잭’이라는 별명을 얻었다. 의사 결정의 속도를 중시하고, 실적 나쁜 하위 10% 직원은 매년 해고했다. 쫓겨난 직원들은 “그와 함께 근무하는 것 자체가 일종의 전쟁이었다. 많은 사람들이 총알받이가 되었으며 생존자들은 다음 전투에 참가했다”고 비난했다.

명품 가방으로 잘 알려진 이탈리아 루이뷔통은 가족기업의 강력한 리더십으로 최근 급성장했다. 이 회사는 89년 아르노 가문으로 경영권이 넘어갔는데, 베르나르 아르노 회장의 기업 인수ㆍ합병(M&A)을 통한 다각화 전략으로 매출이 급증했다.

GM을 능가하는 세계 1위 자동차 도약을 눈앞에 두고 있는 일본 도요타 자동차도 영미식 기준으로 보면 지배구조가 매우 취약하다. 단 한명의 사외이사도 없고, 오너인 도요타 가문도 지분이 1% 이하에 머물고 있다. 하지만 도요타가 오너들은 전문경영인과의 적절한 업무분담으로 세계 최강의 경쟁력을 유지하고 있다.

잭 웰치 자서전(끝없는 용기와 도전)을 번역한 가톨릭대 이동현 교수는 “성공한 기업의 공통점은 지배구조가 아니며, 강력한 카리스마와 올바른 방향으로 기업을 이끈 경영자가 있었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경희사이버대 이준엽 교수도 “GE 방식은 아니지만 재벌 가문도 능력이 검증된 자녀에게만 경영권을 물려주며, 이재용(삼성) 정의선(현대ㆍ기아차) 정용진(신세계) 등 재벌2세 등은 경영권을 승계하기 위해 혹독한 수업을 받는다”고 말했다.

실제로 삼성 이건희 회장은 10년 이상 경영수업을 받았는데, 고 이병철 회장의 지시에 따라 최초 8년간은 오직 듣기만 하고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이 교수는 “특정 지배구조에 집착하는 것보다는 오너 일가나 전문경영인을 가리지 않고 유능한 CEO를 발굴하고, 그들이 경영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한국적 지배구조를 찾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일부에서는 ‘CEO 선택이 이사회의 권한인 선진국과 달리, 모든 의사 결정권이 총수에게 집중된 한국적 현실에서는 총수 자녀에 대한 객관적인 능력 검증이 사실상 힘들다’는 반론도 나오고 있다. 이로인해 2세들도 편법과 불법을 동원한 경영권 승계에 집착하지 말고, 철저한 경영수업을 거쳐 주주들로부터 능력을 인정받아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강조한다.

조철환 기자 chcho@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