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주먹으로 공룡과 싸워 이긴 기분입니다.”
충남 아산시의 7급 공무원 고흥철(48ㆍ지적과)씨가 거대기업 현대자동차와 7년간 대법원까지 가는 소송에서 변호사도 없이 ‘나홀로 변호’로 승소, 100억원이 넘는 개발부담금을 받아내게 됐다.
소송은 아산시가 1998년 현대차가 인주면에 조성한 60만평 규모의 지방산업단지 중 25만평에 대해 102억원의 개발부담금을 물리면서 시작됐다. 현대차는 97년 1월 개정된 세법상 지방산업단지의 경우 개발부담금을 면제한다는 규정이 있다는 점을 들어 개발부담금 부과가 부당하다며 99년 2월 소송을 제기했다.
1심에서 화려한 경력의 전문변호사들이 포진한 현대차가 이기면서 소송은 쉽게 끝나는 듯했다. 아산시는 102억원의 개발부담금 취소는 물론 소송비용까지 부담해야 하는 상황에 처했다. 하지만 고씨는 낙담하지 않고 항소했다. 2심 역시 3,000여만원에 이르는 수임료가 아까워 변호사도 없이 외로운 투쟁을 했다.
고씨는 우선 개발부담금 부과의 적법성을 찾기 위해 피나는 노력을 했다. 7년간 자리를 옮기지 않고 이 소송에만 매달렸다. 동료들의 승진이나 좋은 보직으로의 이동을 보며 미련스러운 자신을 한탄했지만 승소해야만 한다는 생각에 밤을 새워가며 법률서적과 씨름을 했다. 답변서를 만들고 관련 법규집을 보기 위해 출근도 남들보다 2시간 먼저 했다.
이런 노력으로 그는 해당 지역이 개발부담금 면제규정 신설 전부터 현대차측이 사용하고 있는 곳으로 적법하다는 것을 지적하며 각종 판례와 사법논집 등을 참고해 40쪽 분량의 답변서를 제출했고, 고법에서 승소를 이끌어냈다. 현대차는 다시 상고했지만 대법원은 12일 아산시의 손을 들어주었다.
고씨는 “그 동안 너무 외로웠다. 패소할 경우 돌아올 부담감으로 불면증에 시달릴 정도로 힘들었다”고 토로하고 “하지만 공무원이란 사명감 하나로 버텼다”말했다. 아산시는 102억원의 개발부담금 가운데 국세를 제외한 52억원을 시 개발사업 등에 쓸 예정이며 고씨에게 관련 규정을 최대한 적용, 포상할 계획이다.
아산=이준호 기자 junho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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